우리나라 해외 건설공사의 70% 이상이 메르스 발병 근원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쿠웨이트 등 중동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저유가 장기화로 중동지역 건설 발주물량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메르스 악재까지 겹쳐 건설사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울먹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와 각 건설사에 따르면 1일 현재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20개 국가에 129개 건설업체가 진출해 461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들 지역에 나가 있는 국내 건설업체 직원 수는 약 7000명에 달한다. 더구나 해당 지역으로 해외출장도 잦아 감염자 발생 우려에 각 건설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건설사들은 각 공사현장에 메르스 예방수칙 및 대응 지침을 내려보내고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 현장에서도 기본적으로 마스크를 쓰게 하고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해외 출장이나 파견을 다녀온 후에는 감염 가능성에 대비해 5일 이내에 체온측정과 문진 등 검사를 받도록 하고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잠복기에 대비해 휴가를 쓰도록 하고 있다.
사우디·UAE·카타르·쿠웨이트 등 중동지역에 16개 사업장을 두고 있는 GS건설과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SK건설 등도 전사적인 차원에서 메뉴얼에 따라 메르스 감염에 대비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국내외 건설현장에서 메르스 감염자 발생 건수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메르스 감염자 확산은 중동건설 수주에도 악재가 되고 있다. 중동시장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해외건설 텃밭이다. 매년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의 7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몇년간 이어져온 정세 불안에 저유가 악재가 겹치면서 발주국들이 공사물량을 크게 줄였다. 실제로 올 1~5월 말까지 중동지역 수주액은 68억 2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46억 3800만 달러)의 4분의 1 정도에 머물고 있다.
중동시장 수주액이 주춤해지자 정부가 지원에 나섰지만 큰 성과를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은 해외건설수주지원단을 이끌고 지난달 26일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 중동 4개국 방문길에 올랐다. 하지만 2012년부터 발견된 메르스 바이러스가 감염자까지 나오는 등 악재가 겹쳐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발주국의 사정도 있겠지만 저유가로 중동국들이 발주물량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 메르스 감염자까지 발생해 올해 중동시장 사업확대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