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폭염의 두얼굴

  • 등록 2012-08-07 오후 6:20:00

    수정 2012-08-08 오후 1:40:58

[이데일리 최승진 기자] 바야흐로 대한민국이 끓고 있다. 가장 더웠던 여름으로 기억되고 있는 ‘1994년 여름’과 비견될 정도다. 해가 떨어져도 더위는 물러가지 않는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밤(6일)사이 서울의 최저기온은 26.6도로 지난달 27일 밤부터 열하루째 열대야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긴 기간이라고 한다.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더위와 싸움하고 있다. 서점을 찾아 독서삼매경에 빠지고, 시원한 대형마트·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르며, 극장을 찾아 잠시나마 더위를 잊으려 애를 쓴다. 강이나 인근 공원에서 가족이나 연인, 친구끼리 모여앉아 한 낮의 더위를 잊으려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더위로 사람들의 생활패선이 변하고 이로인해 특수를 누리는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하이마트는 폭염과 열대야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던 지난달 29일 창사 이래 에어컨 일일 최대 판매와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 하이마트가 이날 세운 에어컨 판매량은 그간 역대 최대치로 꼽혔던 지난해 6월19일보다 46% 늘어난 1만4775대. 총 매출도 310억원으로 신기록을 세웠다.

찜통더위가 최근 열흘 넘게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하이마트의 이번 기록은 지난달 29일 이후 좀체 깨지지 않고 있다. 살인적인 무더위에 고객들의 주문이 한꺼번에 밀려들자 에어컨이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업체도 마찬가지다. 옥션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에어컨, 선풍기 등 여름 가전상품 판매량은 전년대비 220% 가량 급증했다. 7월 중하순께 닥친 폭염으로 매출이 상당부분 늘었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반면 전통시장은 폭염과 열대야로 손님이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6일 기자가 찾아간 서울 잠실 새마을시장에서는 주부들이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느라 분주해야할 오후 5시가 되도 오가는 사람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한산했다. 채소, 과일 등의 신선상품을 취급하는 일부 상인들은 무더위로 장사가 안 되자 아예 가게 문을 닫기도 했다.

이곳에서 38년째 과일장사를 하고 있는 이모(78세)씨의 경우 3일 전부터 과일을 모두 치우고 대신 삶은 옥수수를 팔았다. 그는 “무더위에 과일이 쉽게 상하는데다 손님마저 줄어 삶은 옥수수를 대신 팔고 있다”며 “38년 동안 장사를 해왔어도 더위 때문에 과일 판매를 중지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얘기했다.

없는 사람에게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는 얘기가 있다. 겨울엔 입을게 없으면 얼어죽지만 여름엔 큰 비용없이도 지낼수 있기 때문에 나온 얘기다. 그러나 이상기온의 등 기후가 변하면서 사정은 달라지고 있다.

모두 더위와 싸우느라 지쳐있다. 그렇지만 좀 더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봤으면 좋겠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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