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 등을 둘러싸고 현대가(家)의 정통성을 잇는 범현대가의 이합·집산 시나리오가 심심치 않게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두 회사가 합작사업 등으로 우애를 과시하면서 현대家 부활을 준비하기 위한 대화채널이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재계 일각에서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 KCC-현대重, 활발한 협력관계 유지 = 13일 KCC와 현대중공업은 오는 2010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연산 3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 합작법인을 공동 설립키로 했다고 밝혔다.
KCC 대죽공장 바로 옆에 들어설 이 합작법인에는 양사가 총 3200억원을 공동투자할 예정이다.
이번 공동사업 이외에도 현대중공업과 KCC는 그동안 활발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현대중공업은 KCC 지분 11.4%를 확보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이 각각 3.77%와 7.63%를 보유했다.
반면 KCC는 현대중공업의 지분 8.15%를 차지하고 있다. 또 선박용 도료를 생산하고 있는 KCC입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주요 수요처다.
현대중공업측에서도 폴리실리콘 사업처럼 신규개척 분야에 제휴가 필요하다면 KCC와 손잡는 것인 안정적이라는 판단이다.
사업적인 시너지와 효과적인 자금운용 등을 명분으로 두 회사가 결합하고 있는 것이다.
◆ 현대家 부활 신호탄인가 = 그러나 보다 더 재계의 관심을 끄는 것은 `적의 적은 동지`라는 등식 때문이다.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은 2006년 4월 벌어진 소위 `시동생의 난`이 시발점이 되면서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당시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이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을 통해 현대증권·현대택배를 자회사로 보유한 현대상선(현대그룹) 지분 26.68%를 매입했다. 정 의원이 최대주주로 떠오르면서 현대그룹 경영권을 뺏는다는 오해를 불러왔다.
`시숙부의 난`이 발단이 돼 KCC도 아직까지 서먹하긴 마찬가지.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2003년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했었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범현대가 기업들과 함께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12.82%를 사들인 후 얼마 되지 않아 KCC 명의로 지분 7.5%를 추가로 매집하며 총지분 40% 이상을 확보,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손안에 넣으려 했다.
특히 현대중공업나 KCC가 현대家의 부활을 염두해 둔다면 현대건설 인수전을 놓고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과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한라그룹의 만도 인수를 도운 KCC의 행보나 故 정주영 회장이 전면등장하는 광고를 내세운 현대중공업의 행보를 고려, 일각에서는 현대家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더욱이 공동출자, 상호 지분 확보 등으로 탄탄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KCC가 연합전선을 형성한다면 현대그룹에 `대항마`로 파괴력은 배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은 직간접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이 10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KCC도 지난해 교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실탄을 준비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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