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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원심에서 조각가 부부는 김 변호사와의 소송에서는 일부 승소를, 이 연구위원 등과의 소송에서는 패소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 연구위원 등과의 소송은 원심 확정을, 김 변호사와의 소송에서는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조각가 부부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추진위원회의 의뢰를 받고 2016년 8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일본 교토, 서울 용산역, 제주, 부산, 대전 등에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제작해 설치했다.
이같은 주장에 조각가 부부는 김 변호사와 이 박사 등을 상대로 각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또는 모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비슷한 사안의 내용이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상반됐다. 조각가 부부가 김 변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1심 소송은 패소했지만 이 박사를 상대로 제기한 1심 소송은 승소 판결을 받아 위자료 각 500만원을 인정받았다.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당시 김 변호사 소송을 심리했던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원고들 일부 승소를 결정하며 위자료 각 200만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변호사의 발언은 조각가 부부를 피해자로 특정할 수 있는 단정적이고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고 판시했다. 반면 이 박사 소송을 심리했던 2심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증거에 의하여 그 진위의 입증이 가능한 구체적 사실의 적시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김 변호사와 이 박사의 주장이 의견 표명 또는 구체적 정황 제시가 있는 의혹의 제기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해당 발언들은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의견의 표명이나 구체적인 정황 제시가 있는 의혹의 제기로 명예훼손의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많다”며 “이를 허위라고 볼 원고들의 증명 또한 부족하며, 위법성을 조각할 사유를 인정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