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근 재정문제 등으로 국제 사회에서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G2(주요 2개국)의 한 축인 중국이 아시아 장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인도·중국)’ 국가중에서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인접국가의 ‘미니 브릭스’ 삼각편대가 꾸려지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 중심의 ‘미니 브릭스’ 삼각편대 본격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22, 23일 이틀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고 중국 외교부가 22일 발표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만나 제18차 중·러 총리회담을 갖는다. 이는 리 총리가 취임한 이후 첫 양국 총리회담이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리 총리와의 회담 이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정부 고위관계자들과도 만난다.
이뿐만이 아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도 같은 날 중국을 찾는다. 싱 총리는 22~24일 중국을 공식 방문해 양국 경제협력을 논의할 방침이다.
싱 총리는 시 국가주석, 리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위원장 등을 만나 중국과 인도간 국경분쟁 해소와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방안을 논의한다.
또 다른 주변국인 알탕호약 몽골총리도 이날 중국을 방문했다. 3개국 총리가 동시에 중국을 찾자 4자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지만 중국 언론들은 각국 총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없으리라고 보도했다.
◇中·러·印, ‘에너지·무역·국경분쟁’ 등 실질문제 해법 모색
거대 신흥시장으로 꼽히는 러시아와 중국은 양국 회담에서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등 에너지 협력과 무역, 투자 등 경제 부문에 대해 포괄적 협력체계를 강화할 전망이다. 또 정보기술(IT)이나 항공우주 관련 기술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에 허우적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경제협력에 나선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양국의 투자 규모는 아직 크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의 대(對)러시아 투자규모는 중국 전체 대외 투자규모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러시아 역시 해마다 중국에 약 3000만달러(약 318억1500만원)를 투자하고 있지만, 이는 중국이 투자받고 있는 규모의 0.1%에 해당해 사실상 미미한 편이다.
리둥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소속 러시아연구소 연구원은 “시진핑 주석이 지난 3월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양국 총리가 만나는 것”이라며 “당시 체결한 내용에 대해 실질적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도 총리 방문에 대해서는 국경 문제가 핵심 화두가 될 전망이다. 두 나라는 1962년 국경 문제로 전쟁을 치르는 등 아직 국경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도는 이번 중국 방문기간에 법적 전문가를 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관련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상은 지난 5월 리 총리가 인도 뉴델리를 방문한 이후 수개월에 걸쳐 추진됐다.
스리나스 라가반 인도 역사학자는 “이번 합의로 인도와 중국간 영토나 국경에 대한 논란이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그러나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단계에 착수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