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의 강진에도…508m ‘타이베이 101’ 끄떡없던 이유

규모 7.2 강진에도 안전했던 ‘타이베이101’
82~97층 사이에 있는 660t ‘구체’ 덕분이었다
  • 등록 2024-04-05 오후 2:16:29

    수정 2024-04-05 오후 2:16:29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지난 3일 대만에서 규모 7.2 지진이 일어나 건물 100여채가 무너지는 등 피해를 입은 가운데 대표적 명소인 ‘타이베이 101’은 강진에도 끄떡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높이 508m 타이베이101과 87층과 92층 사이 설치된 구체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타이베이101은 대만 수도 신이구에 위치한 지상 101층·지하 5층짜리 복합 쇼핑몰로, 세계에서 9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508m 높이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진에서 안전했던 이유는 남다른 내진설계에 있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의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타이베이101에는 지진과 강풍이 발생했을 시 건물의 균형을 잡아 보호할 수 있는 특별한 장치가 설치돼있다. 바로 이 건물 87층과 92층 사이에 있는 660t 무게의 강철 구체다.

‘동조 질량 댐퍼’로 불리는 이 구체는 약 13cm 두께의 단단한 철판을 41겹 용접한 것으로 강철 케이블 93개에 매달려 있다.

이 구체는 지진과 강풍이 발생하면 좌우로 약 1.5m 움직여 건물 진동을 최대 40%를 줄이도록 하는데, 건물이 흔들리면 반대 방향으로 흔들려 건물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한다.

이는 외부 동력 없이 오로지 중력과 건물의 움직임만으로 작동한다. 이 원리에 따라 건물이 흔들릴 순 있지만 무너지진 않는 것이다.

‘동조 질량 댐퍼’에 대해 런던대 아가토클리스 지아랄리스 교수는 외신에 “건물 전체의 흔들림을 줄이는 영리한 장치”라고 평가했다.

‘동조 질량 댐퍼’는 타이페이101(508m) 외에도 뉴욕의 센트럴 파크 타워(높이 432m), 아일랜드의 더블린 첨탑(121m) 등에도 설치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타이베이 101의 경우 방문자들이 실내 공공 전망대에서도 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한편 대만 중앙재해대응센터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화롄현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10명이 사망하고, 부상자 1067명이 발생했다.

지난 1999년 9월 21일 대만 중부에서 발생한 규모 7.6 지진 이후 25년 만에 최대 규모다. 당시는 건물 5만 채가 파괴되고 24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강진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 이유로는 1982년 대만 정부가 건축법을 강화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하고 99년 부실 공사를 막기 위한 노력의 결과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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