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미국이 튀르키예에 F-16 전투기를 판매한 후에야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비준하겠다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 F-16 전투기.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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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튀르키에 아나돌루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F-16 구매 문제에 대해 “그들(미국과 스웨덴)이 약속을 지킨다면 우리 의회도 약속을 이행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신청하자 튀르키예는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 등 서방을 압박했다. 나토에 회원국으로 가입하기 위해선 기존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줘야 하는데 튀르키예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나토를 확대·강화하려는 미국의 구상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F-16 판매는 튀르키예가 제시한 핵심 요구 사항이었다. 튀르키예는 2019년 미국에 F-16 40기를 구매하겠다는 의향을 밝혔지만 튀르키예의 친러 행보와 인권 탄압 논란 때문에 지금까지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 7월 미국은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도우면 F-16을 판매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튀르키예도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기로 했다.
다만 수출 승인권을 쥔 미 의회는 아직 튀르키예에 F-16을 판매하는 걸 승인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나토 가입 비준을 재차 거론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으로 해석된다.
변수가 있다면 F-16 판매에 가장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어온 밥 메넨데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렸다는 점이다. 뇌물 수수 혐의로 연방검찰에 기소된 메넨데스 위원장은 당내에서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메넨데즈 위원장 사건을 언급하며 “F-16에 대한 우리 프로그램에 속도를 낼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