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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6일 김포공항에서 그룹 전용기를 타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출국했다. 정 회장이 미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이번 미국시장 점검에는 김용환 기획조정총괄 부회장, 양웅철 연구개발총괄 부회장,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 등 그룹 고위경영진들이 동행했다.
정 회장은 LA에 있는 현대·기아차 미국 판매법인을 비롯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차(000270) 조지아 공장 등 현지 사업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최근 몇년간 미국시장에서 성장가도를 달렸던 현대·기아차는 작년말 연비 과장표시 사태와 올 3월 대규모 리콜 등 연이은 악재가 터졌다. 여기에 엔화약세에 힘입은 도요타·혼다·닛산 등 일본 경쟁사들의 대대적인 판매공세로 위기를 맞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8월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정체기를 맞았던 시기에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 공장을 방문했다. 당시 정 회장은 “제값받기 정책을 지속하라”고 지시하면서 품질경영을 강조했다. 이후 현대·기아차는 미국 현지판매에서 일본 경쟁사의 가격인하 공세에도 불구, 최저 수준의 인센티브 정책을 유지했다.
올 2월에는 일부 차종의 가격을 인상하는 등 ‘제값 받기’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현대차의 쏘나타 하이브리드 가격은 대당 최대 4700달러 올라 동급 경쟁차종인 토요타의 캠리 하이브리드보다 비싸졌다. 기아차도 쏘렌토와 신형 포르테(K3) 가격을 연초에 올렸고, 최근에는 K7 가격의 인상도 단행했다.
정 회장은 이보다 앞선 2011년 상반기 미국시장 점유율이 10%를 넘어서자 같은 해 6월 미국을 방문해 연산 60만대이던 현지 생산량을 72만대로 늘릴 것을 지시했다. 현대·기아차는 정 회장이 증산을 선택한 덕분에 미국시장에서 2011~2012년 2년 연속 역대 최고 판매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정 회장이 현대·기아차 미국공장의 추가 증설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 지도 주목된다. 국내공장이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로 생산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원활한 공급을 위해선 현지 증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미국 방문이 대외적으론 경제사절단 자격인 만큼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아 양국 우호관계 증진을 도모한다는 대의명분도 있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출국에 앞서 공항에서 기자들이 ‘현지 공장을 둘러볼 계획이 있느냐“의 질문에 대해 ”예“라고 답했다. 동행한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미국 공장 증설 가능성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 회장은 오는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조찬 및 미국 상공회의소 오찬에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