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신년회장에서 만난 강정원 행장

  • 등록 2010-01-05 오후 4:57:32

    수정 2010-01-05 오후 5:07:57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금융권 신년 인사회가 개최된 5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정부 장관급 인사들, 한국은행 총재, 국회의원 등  10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은 단연 강정원 국민은행장(사진)이었다.

당초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강 행장은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언론들은 행사기간 내내 강 행장을 쫓아다녔다. 이날 기자들의 질문 요지는 행장으로서 남은 임기를 다 채울 것인지, 또 KB금융(105560)지주 회장직에 재도전할 지 여부였다.

그러나 강 행장이 기자들에게 한 말은 "맡은 바 소임을 끝까지 다하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단 두 문장이었다.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는 발언은 지난해말 회장 내정자직에서 사퇴했을 때도 한 말이다. `행장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미`냐고 재차 물어도 강 행장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날 강 행장과 인사를 나눴던 상대방은 강 행장을 둘러싼 기자들 때문에 불편해 보였다. 강 행장과 인사를 나누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강 행장의 모습은 부자연스럽게 비쳤다.

행사 말미 그는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을 찾아가 인사를 나눴다. 기자들이 지켜보는 어색한 상황에서 두 사람은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의례적인 인사만 나눴다. 금감원은 오는 14일부터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해 종합검사를 실시한다. KB금융측은 사전검사와 마찬가지로 종합검사의 조사강도도 다른 은행들에 비해 셀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강 행장은 이날 신년 인사회가 끝나기가 무섭게 행사장을 황급히 빠져나가야 했다.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강정원 행장이 오늘 주인공이긴 한데 앞으로 공인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수 있을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강 행장이 회장 내정자 지위를 돌연 사퇴한 배경엔 금융당국의 압력이 있었다는 게 은행권의 `정설`이다. 문제의 빌미를 제공했던 KB금융의 권력화된 사외이사 제도를 고치고 나서 회장을 뽑자는 금융당국의 요구를 무시하고 회장 선출을 강행한데 따른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것. 이로 인해 관치 논란이 거세게 불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는 회장직을 내놓는 것만으로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을 지도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은행장직 마저 내놓을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강 행장에 대해 "직위에 연연할 사람은 아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BH(청와대)에서 보낸 신호를 잘못 해석한 결과"라는 말도 나온다. 

강 행장은 이미 한차례 연임을 통해 국내 최대은행의 행장직을 5년2개월간 수행했다. 남은 행장 임기는 열달 남짓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강 행장이 KB금융 고객들과 금융권 인사들에게 보다 당당한 모습으로 나서는 게 KB금융조직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권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 관련기사 ◀
☞금감원 "국민은행 사전검사 사생활 조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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