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현대건설 MOU..마지막 날 무슨 일이?

현대차그룹 공식입장서 정책금융公 기자회견까지
현대차 법적대응→현대그룹 MOU체결→정금公 반발..'안갯속'
현대차그룹 공식입장 발표 후 3시간여 동안 '반전 거듭'
  • 등록 2010-11-29 오후 3:55:56

    수정 2010-11-29 오후 4:26:35

[이데일리 정재웅 기자] 29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직장인들의 유일한 낙인 점심시간이 한창일 오후 12시 30분쯤. 갑자기 현대차그룹 본사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바로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한 현대차(005380)그룹의 공식입장이 발표된 것.

점심을 먹던 중 소식을 들은 임직원들은 서둘러 회사로 복귀해 자리에 앉았다.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이 선정된 이후, 현대차그룹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 반응이어서 임직원들의 관심도 컸다.

◇현대차그룹, 법적조치 등 강경대응으로 선회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은 인수자금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채권단의 정당한 추가자료 소명 요구도 거부하고 있는 만큼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는 박탈돼야 한다"며 "이를 무시하고 채권단이 MOU를 체결하려 한다면 이는 명백히 현대그룹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만일 이번 입찰이 정상궤도를 찾지 못한다면 채권단과 주간사, 특히 외환은행을 비롯해 이번 입찰에 관여한 모든 기관에 대해 법적책임을 묻는 민형사상 조치에 착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지금껏과는 다른 강경한 자세에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은 일단 시원하다는 반응이었다.

현대차의 한 직원은 "그동안 현대그룹의 공세에 말도 못하고 답답하기만 했었는데 이렇게 공식 입장이 나오니 후련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도 "공식입장이라고 해서 또 뻔한 말만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향후 인수전이 제대로 잘 진행되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외환銀-현대그룹 MOU 체결..현대그룹 '빙긋'

하지만 그로부터 한 시간 뒤. 현대그룹과 외환은행이 현대건설 인수 MOU를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양재동은 다시 조용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지위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현대차그룹의 관심은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된 채권단의 운영위원회에 쏠려있었다.
 
그런데 예정시간보다도 2시간여 빨리 MOU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차그룹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공식입장을 서둘러 발표한 것도 채권단의 운영위원회를 고려한 결정이었음에도 불구, 공식입장발표 한 시간만에 MOU가 체결됐으니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이어 현대그룹도 "법과 입찰규정에 명시된 모든 자료와 채권단이 요청한 소명을 마쳤기 때문으로 올바르고 공정한 결과"라면서 "현대차그룹은 이에 승복하고, 더 이상 근거 없는 소문이나 의혹으로 시장 질서를 혼란시키는 일이나 상대방에 대한 명예훼손 발언 등을 그만두어야 할 것"이라고 나서자 현대차그룹은 실망감에 휩싸였다.

현대그룹은 문제가 됐던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의 나티시스 은행 예치금 1.2조원에 대한 채권단의 소명 요구에 불복했음에도 불구, 바라던 대로 MOU를 체결하자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현대그룹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자금출처와 성격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내에 MOU체결이 필요했다. 하나금융지주로 매각이 예정된 외환은행도 빠른 시일내에 현대건설에 투입된 자금의 회수가 가장 큰 목적이었던 만큼 두 주체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던 셈이다.

◇정책금융公 "어? 우리는 MOU 안했는데"..다시 반전?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다시 희망을 갖게된 것은 MOU체결 소식이 전해진 지 꼭 40분 뒤. 현대그룹이 체결한 MOU가 현대건설 채권단이 아니라 외환은행과 맺은 MOU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울러 채권단의 일원이며 외환은행과는 다른 스탠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이와 관련된 긴급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소식에 현대차그룹은 다시 일말의 기대를 가지게 됐다.

정책금융공사의 입장에선 현대건설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상 매각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면 신중히 검토해보고 가야한다는 입장. 따라서 외환은행이 단독으로 맺은 MOU에 대한 정책금융공사의 입장이 외환은행과 다를 경우, 이번 인수전은 도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채권단 내의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 이들이 생각하는 현대건설 인수전은 어떤 것일지. 모든 이의 시선이 오후 4시 정책금융공사의 입에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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