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반올림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 3층 회의실에서 반도체 사업장에서 직업병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교섭을 진행했다.
건설회관에 먼저 도착한 반올림 측의 황상기 씨는 “삼성과의 교섭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삼성이 얼마나 진정성을 보이는 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황상기씨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지난 2007년 사망한 고(故) 황유미씨의 부친이다. 이후 황상기씨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 신청을 하면서 삼성전자와의 백혈병 논란이 시작됐다.
황씨는 “오는 6월 1일이 유미가 죽은 뒤 산재 신청을 한 지 7년째 되는 날”이라며 “처음에는 산재 신청도 안 받아주고 모른 척 하다가 7년을 싸웠더니 이제 관심이 높아지고 삼성과 정부도 바뀌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은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탄압에 대해서도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며 “노조를 탄압하는 것은 산재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가 있었다면 유미가 죽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교섭을 시작으로 삼성의 노조 문제도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올림측이 도착한 뒤인 오후 2시 45분께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협상단도 건설회관에 모습을 보였다. 이 팀장은 교섭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열심히 하겠다”고 짧게 답한 뒤 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 간의 교섭은 지난해 12월 1차 본협상이 중단된 지 5개월 여동안 답보를 거듭하다가 지난 14일 권오현 부회장이 반올림 측에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다시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권 부회장은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 소송에서 삼성전자가 보조참가 형식으로 관여해 왔는데 이를 철회하겠다”고 약속하고 이튿날인 15일 삼성전자는 법원에 보조참가 신청 취하서를 제출했다.
이에 반올림 측이 빠른 시일 내에 대화를 하자는 제안을 담은 이메일을 삼성전자에 전달했으며, 양측은 28일 대화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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