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철강업계에 ‘성수기 효과’가 실종됐다.
2분기가 절반 넘게 지나가고 있지만 전 강종의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출하량도 크게 변동이 없다. 보통 철강업은 제조업 활동이 가장 활발한 2분기 가장 수요가 많아 제품 가격도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편이다. 그러나 올 2분기는 성수기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22일 업계 따르면 4월부터 현재까지 국내 철강 유통가격은 열연 2.4%, 후판 1.5%(수입가 기준), 냉연 1.1%, 철근 3.6% 등 대부분 품목이 하락했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 내수 유통 가격도 2분기에만 열연 5.1%, 후판 4.8%, 냉연 2.5%, 철근 2.5% 떨어졌다. 중국 대표 철강업체인 바오스틸은 계절적인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약해진 업황을 고려해 최근 5월 가격을 동결했고, 국내 철강사 역시 2분기 원가상승을 이유로 제품가격 인상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철강산업은 세계적인 공급과잉에 직면해 있다. 올해 1월 세계 조강생산량은 전년 대비 0.8% 증가한 1억2500만t을 기록했다. 세계 조강생산량의 48%를 차지하는 중국의 생산량은 전년 대비 4.6%의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조강생산량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제철(004020)은 조만간 연간 400만t 생산 규모의 3고로 가동에 들어간다. 기존 생산량은 1,2 고로를 합쳐 800만t(열연 650만t, 후판 150만t). 3고로가 완성되면 모두 1200만t으로 늘어난다. 원료인 철강석 가격은 높게 유지되는 반면 생산 과잉으로 제품 가격은 하락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노경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철강 공급량의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되지만 세계 부동산 경기나 동아시아 국가의 제조업 성장세 둔화 등으로 철강수요의 뚜렷한 회복은 나타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공급 측면에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국내 철강사들도 철강가격의 결정권이 약화되면서 수익성 회복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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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엔화 가치 하락도 철강업계 발목을 잡고 있다. 철강은 일본과 경합하는 대표 업종으로 꼽힌다. 국내 철강업체는 수출의존도가 30% 정도로 낮은편이지만 수출대상국가가 중국, 미국, 인도 등 일본과 겹친다. 또 국내에서는 조선사의 수주 선종이 달라지면서 철강(후판)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과거처럼 후판이 많이 필요한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 벌크선과 같은 상선보다 해양플랜트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작년 조선사 빅3의 전체 수주 물량 가운데 70% 이상이 드릴십,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등 해양플랜트. 이들 선종은 상선과 비교하면 후판 수요가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포스코가 올 초부터 해양플랜트 건설에 사용되는 에너지 강재의 고부가가치 비중을 점차 확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업종의 성수기 효과가 사라진 가운데 그나마 단기적으로는 중국 유통 재고가 9주 연속 하락하고, 철광석 가격이 열연 가격보다 더 하락하면서 작년 11월 말 부터 꾸준히 내렸던 중국 열연 스프레드가 반등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2분기에 유통 재고가 소진되지 않는다면 비수기에 유통상의 투매로 이어져 중국 철강 가격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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