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였던 동생마저..SK그룹 망연자실

[이데일리 김현아 김상윤 기자] 27일 구속수감 중인 최태원(53) 회장에 이어 원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최재원(50) 수석부회장까지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되자, SK(003600)그룹은 침통함을 넘어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원심 때 징역 4년을 받고 8개월 이상 구속수감 중인 최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을 받은 데다, 최 부회장도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은 이유에서다.

27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최재원 수석 부회장의 굳은 표정. 연합뉴스 제공

SK그룹은 그간 회삿돈 횡령 사건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해 왔는데, 항소심은 원심보다 더 무거운 죗값을 물었다. 문용선 부장판사는 “국내 재계서열 3위인 SK그룹 경영자들이 무속인 출신 김원홍(54) 전 SK해운 고문의 신통력을 믿고 탐욕스런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계열사 자금을 동원했다”고 비판하면서, 특히 “횡령 범행 과정뿐만 아니라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지위를 악용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점 등은 불리한 양형요소”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전 SK그룹이 신청한 김원홍(54) 전 SK해운 고문)에 대한 증인채택 및 변론재개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원홍 전 고문은 최태원 회장 형제의 선물옵션투자를 도와준 적이 있는 인물로, 이 사건 횡령금을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로부터 건네받은 사람이다.

문 부장판사는 “중간에 김원홍을 핵심증인이라고 한 바 있지만, 당시는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가 상세하게 증언하기 전이었고, 최태원 회장이 이 펀드가 그룹차원의 펀드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기 전이었으며, 김원홍의 녹취록도 제출되기 전이었다”면서 “피고인 최태원의 구속 만기(9월 31일) 이전에 선고를 끝내기 위해서가 절대 아니라 실체적 진실이 모두 밝혀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SK그룹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문 부장 판사는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공동피고인인 김준홍 전 대표에 대해서만 10차례, 80시간 이상 신문했는데,김준홍 전 대표의 진술과 김원홍 전 고문이 녹취록에서 밝힌 내용이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재판부는 녹취록의 녹음시점과 제출 의미 등이 못 미더워 탄핵증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직접 김 전 고문을 법정에 불러 확인해야 하는 것아닌가”라면서 “공동피고인인 김준홍 전 대표의 진술에 갇혀 회장 형제에게는 유죄를, 김 전 대표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한 아주 불공정한 재판이었다”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는 “회장과 부회장이 모두 법정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불가피한데, 글로벌 사업에서의 차질은 물론 그룹의 신인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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