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업계는 동부제철 등 제조업 부문의 구조조정이 원활히 추진되지 못할 경우 오너의 욕심과 오판 탓에 적기 매각 시점을 놓쳐 해체된 동양그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제조업 부문은 해체되고 동부화재(005830) 등 금융업 부문만 남게 되는 셈이다.
김준기 회장 장남 김남호씨 사재출연 거부...제조부문 해체 배제못해
채권단은 동부제철 경영정상화를 위해 김준기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씨 소유의 동부화재 지분(14.06%, 5월말 기준)을 담보로 요구하고 있지만 동부그룹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제조업 부문과 금융업 부문이 엄연히 구분돼 있는 상황에서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제공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를 포함한 채권단의 생각은 다르다. 김준기 회장과 장남인 김남호씨 등 오너 일가가 제조업 부문과 금융업 부문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만큼 ‘원 컴퍼니(one company)’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알짜 계열사인 동부화재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채권단의 요구를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문제는 김준기 회장 또는 김남호씨가 버티기에 나설 경우 그룹이 해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당장 지난해 발표한 자구계획안 중 가시화된 성과는 KTB PE(사모펀드)에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3000억원), 산업은행이 조성한 SPC에 동부특수강(1100억원), 동부당진항만(1500억원) 매각 정도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부그룹의 자구계획안에 따른 매각작업이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동부제철뿐만 아니라 동부건설, 동부하이텍 등도 자율협약 체결이 불가피하다”며 “이렇게되면 사실상 그룹에서 제조업 부문 계열사는 해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동부그룹의 사업구조가 동양그룹과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다는 점에서 동부그룹이 동양그룹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실제 동부그룹은 동부CNI와 동부화재를 각각 축으로 하는 제조업 부문과 금융업 부문의 이원화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동양그룹 역시 동양레저와 동양증권을 각각 축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얽혀 있었다.
동양그룹의 경우 자구계획 미진으로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 등 그룹핵심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감으로써 와해됐다. 동양증권 역시 CP 투자자들의 피해자금 마련을 위해 대만 유안타증권에 매각됐다. 보고펀드가 대주주인 동양생명(082640)은 계열분리를 통해 불똥을 피했다.
김준기 회장(6.93%), 장남 김남호씨(14.06%), 딸 김주원씨(4.07%) 등 오너일가 지분율이 31.33%에 이르는 동부화재는 동부증권(016610)(19.9%), 동부생명(92.9%)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의 지분이 없더라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지만 김남호 부장 지분까지 담보로 잡힐 경우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따라서 제조업 부문이 해체되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김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은 최후의 보루로서 남겨둘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구계획 이행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동부그룹이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채권단은 오너 일가가 동부화재 등 금융부문을 내놓지 않기 위한 꼼수를 강구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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