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은 왜 육중하고 엄숙해야 하나요”

대중스타 소재 7번째 작품전 여는 조정화
  • 등록 2009-09-10 오후 5:36:59

    수정 2009-09-10 오후 5:36:59

[경향닷컴 제공] 까만 드레스에 까만 장갑을 끼고 새끼고양이를 목에 얹은 오드리 헵번의 우아하면서도 청순한 모습, 엉덩이에 커다란 장미꽃을 붙이고 망사스타킹을 신은 마릴린 먼로의 요염한 자세가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옆에서 보면 붕어빵처럼 납작한 이 조각들은 조정화씨(42)의 작품이다. 마네킹, 혹은 스타를 실물 크기로 제작한 광고 패널을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은 정교한 인물묘사로 관람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사진기를 꺼내들게 만든다.

“조각은 왜 육중하고 엄숙해야 하나요. 내가 가진 여성성, 가볍고 발랄하고 친숙한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 자신이 만든 마이클 잭슨, 오드리 햅번, 마를린 먼로 조각상의 옆에서 포즈를 취한 작가 조정화씨.

 
지난 2일부터 서울 관훈동 인사갤러리에서 ‘Play With Image’란 주제로 열리는 7번째 개인전에서 그는 대중 스타, 패션 모델, 동화나 명화 속 인물 4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마이클 잭슨, 비, 장동건, 김연아, 올리비아 핫세, 마오쩌둥, 탕웨이, 엘리자베스 테일러, 카미유 클로델, 콩쥐, 심청이,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이 텔레비전 화면이나 책 속에서 튀어나온 듯하다.

그의 작업은 폴리코트에 아크릴 채색이다. 먼저 철사와 테이프로 뼈대를 만들고 유토(油土)로 인물을 조각한다. 이어 실리콘과 석고로 이중틀을 뜬 뒤 플래스틱의 일종인 폴리코트를 부어 완성하고 그 위에 채색한다. 납작하게 눌렀기 때문에 인물의 표현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으면 기우뚱거린다. 누구나 아는 인물의 경우 정확성도 문제가 된다.

“원래 대학(서울대 조소과) 때부터 부조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데 부조는 벽이 있어야 하고 빛이 필요하지요. 그런 제한을 벗어나기 위해 납작한 조각을 생각해냈습니다.”

납작한 인물상은 현대사회의 구조적 억압, 소외의 상징이기도 하다. 초기에 만들던 인물들은 색깔이 없었고 익명이거나 주변 인물이었다. 그러다가 결혼 후 육아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는데 자주 보는 텔레비전을 통해 스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는 “인터넷을 보면 검색 순위 1위는 항상 연예인”이라며 “스타는 우리의 일상에 들어와 있다”고 말한다. 현대미술의 난해함 대신 그는 누구나 관심 있는 친숙한 이미지를 작업 대상으로 골랐다. 화려한 원색으로 채색한 것도 원래 질감을 중시하는 정통조각에 반기를 든 것이다. 조씨는 “스타에 대해 실제와 환상이 엇갈리는데 그것이 유사하면서 다른 내 조각의 기법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가수 비는 초기부터 가장 많이 만든 인물이고 오드리 헵번, 마릴린 먼로도 단골로 등장한다.

그의 조각은 스타에만 그치지 않는다. 우연히 재활용쓰레기 사이에서 발견한 나전칠기 밥상에서 영감을 받아 밥상 위에 한복을 곱게 입은 여인상이나 앵그르 회화의 초상을 조각하기도 했고, 패션쇼 무대의 모델을 보면서 동적인 자세가 두드러진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인체 크기의 조각을 하고 틀을 뜨는 일은 고단한 육체노동이다. 화학약품 냄새를 맡으며 하루종일 서서 작업하다 보면 온몸이 뻐근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괴롭히는 것은 초상권 문제다. “정식으로 저작권 계약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특정인의 얼굴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도록 몇 명을 부위별로 섞기도 하고, 모델이 된 사람이 달라고 할 때를 대비해 2개를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여력이 생긴다면 인체 조각으로 끝나지 않고 그 조각에 맞는 배경을 만드는 것, 옛날 종이인형 오리기처럼 모델의 포즈에 맞는 옷을 헝겊으로 만들어서 입히는 것, 선명한 색상 대신 신비한 느낌을 주도록 채색해보는 것 등을 다음 작업 목표로 제시했다. 20일까지. (02)735-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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