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황 회장, 은행법 23조·45조 위반"

"하지말아야 할 상품에 투자했다"
"황 회장, CDO·CDS투자확대 사실상 지시"
  • 등록 2009-09-09 오후 9:58:24

    수정 2009-09-10 오전 7:58:11

[이데일리 원정희기자] 금융위원회가 황영기 전 우리금융(053000) 회장 및 우리은행장(현 KB금융(105560) 회장)에 대한 `업무집행정지 3개월 상당`의 중징계를 최종 확정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중징계의 배경으로 ▲전액손실 가능성이 있는 위험상 상품(CDO CDS)에 투자한 점 ▲투자 과정에서 관련 절차를 폐지하는 등으로 내부통제 규정을 위반한 점 ▲이같은 투자를 황회장이 사실상 지시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런 점들이 은행법 45조 건전경영 지도, 23조 이사회의 권한, 23조의 3 내부통제기준 등 관련규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 리스크관리 규정 바꾸고, 이후 투자 급격히 확대

지난 2006년 3월 우리은행 리스크관리심의회(위원장 수석부행장)는 기존에 운영되던 IB본부의 합성CDO 및 CDS에 대한 건별 투자때 이 심의회의 사점심의절차를 폐지했다. IB본부장으로 하여금 건당 5000만달러까지 전결로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나 당시 CDO보다 위험도가 낮은 일반 외화증권 투자도 건별 최고거래액이 3000만달러였다는 점에서 한도설정은 실효성이 없었다고 금융당국은 부연했다.

또 CDS를 제외한 합성CDO에 대해서만 총 투자한도를 5억달러로 설정키로 했다. 황 회장은 이를 은행장으로서 보고 받았고 같은해 4월 리스크관리위원회(위원장 은행장)에서 다시 보고 받았으나 법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허용한 것이다.

금감원은 또 황회장이 CDO CDS 투자에 대한 감사조직 등의 내부 경고를 간과했다는 사실도 포착했다. 2005년 6월 상근감사위원은 CDO투자 확대에 대한 유동성 취약 지적 및 대책마련 요구를 했고 2007년 2월엔 감사위원회가 CDO투자때 원금보전 등 안정적 투자 지적 및 등급하락 때 적기 매각권고 등을 이사회에 서면보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권고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은행법 23조의 3에서 정하는 내부통제기준 등을 위반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또 리스크관리 규정을 바꾼 이후 투자가 본격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투자 해선 안되는 상품에 투자"

조영제 금융감독원 일반은행서비스국장은 "은행이 투자해서는 안되는 상품에 투자했다"며 "우리은행이 투자한 상품은 만기가 30년, 40년, 50년까지 있고, 유동성도 보장안되고, 시장도 형성되지 않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CDO CDS는 일반 회사채와 달리 매매계약서상 유동성 부족으로 유통시장 형성이 잘 되지 않아 중도매각이 어렵고 매각대상도 발행자에 한정돼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만기 때(통상 CDS 30~40년, CDS 7년)까지 보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등 유동성과 안정성이 특히 취약했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또 당시 무디스, S&P 등 3개 신용평가기관의 경우 신용등급은 특정 유가증권의 매매 또는 보유추천이 아니며 금리변수, 유동성리스크를 다루지 않아 투자 결정때 신용등급에 의존해서는 안되고, 투자자들의 독자적인 연구 및 평가가 필요하다고 나와 있다는 점도 제시했다.

우리은행이 투자한 CDO CDS의 73%(11억2000만달러)는 중순위 이하이고 손실을 대신 떠안아줄 후순위비율도 6.3~12.2%로 매우 낮아 위기발생때 전액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 결과 황회장 재임기간 중 투자의사 결정이 이뤄진 CDO 61건, 10억7000만달러, CDS 13건 4억8000만달러로부터 총 12억5000만달러(1조5000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 사실상 투자 확대 지시했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의 이런 위험한 상품 투자는 결국 황회장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는데에 초점을 맞췄다.

은행의 경영목표 및 평가는 이사회의 심의·의결사항인데도 2005~2006년 사업본부별 목표설정계약 체결때 전체 자산증대 목표를 이사회가 부여한 목표보다 10.5~17.7%나 높게 부여했다는 것이다.

또 같은 기간 IB본부와 CDO 등 구조화상품 투자확대가 포함된 목표설정계약서를 체결했다.

금융당국은 "유동성·안정성이 취약한 비정형 장외파생상품인 CDO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도록 사실상 지시함으로써 IB본부가 이런 투자를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 국장은 "황회장 측에서도 (이사회의) 목표와 달리 운용했다고 소명했다"고 말했다.

이는 이사회의 권한을 규정한 은행법 23조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 법조항엔 경영목표 및 평가에 관한 사항 등은 이사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나와 있다.

◇ 박해춘 전 행장 ·정용근 농협 전 행장과의 제재 수위 차이는 왜?

금융당국은 황 회장의 후임으로 우리은행장으로 있었던 박해춘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주의적경고)이나 CDO CDS 투자로 이번에 문책경고를 받은 정용근 전 농협 신용대표이사와의 제재 수위 차이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조 국장은 "투자 책임과 사후관리 책임은 별개"라며 "투자책임이 근본적으로 큰 것으로 봤고 당시 상황에서 손절매가 어렵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의 경우 특별히 투자를 대폭 확대한 시점의 행장이었고 박 전 행장은 2007년 3월 취임 후 관련 투자가 4건 있었지만 당시 박행장이 그 내용을 알았는지 여부를 단정짓기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만 당시 손절매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내부에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고 노력도 없었다는데 대해 책임을 물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손실금액과 은행장의 지시책임(지시정도) 차이로 농협은 황 회장보단 낮은 수위의 징계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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