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비방'만 난무…정책대결 사라진 대전시장 선거 '눈살'

허태정 민주당 후보·이장우 국민의힘 후보간 상호비방 난무
전과 기록·부동산·병역기피 의혹 등 상대방 약점공격에 치중
  • 등록 2022-05-24 오후 1:36:55

    수정 2022-05-24 오후 1:36:55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6·1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시장에 출마한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애초 유권자에게 약속한 정책선거는 사라진 채 흑색선전과 비방, ‘묻지마 의혹 제기’ 등이 난무하면서 올바른 선택을 위해 네거티브를 중단하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선거가 박빙 구도를 보이면서 정책이나 공약 홍보를 통한 지지율 상승보다는 네거티브를 통한 상대방의 지지율 하락을 유도하는 전략을 쓰면서 상호 비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후보가 12일 KBS 대전방송총국이 마련한 토론회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4일 대전 정치권에 따르면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는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가 동구청장 재직 시절 폭력행위와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것은 물론 자치구 재정을 파탄시켰다”며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허 후보 측은 최근 “이 후보는 동구청장 시절 업무추진비와 관련해 무려 491차례에 걸쳐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행사해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의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판결문 내용 등을 공개했다. 허 후보 캠프 관계자는 “법원 판결문을 보면 어린이날 행사, 저소득 자녀 교복 나눠주기 행사, 2009년 2명의 1급 장애어린이가 사망했던 신종인플루엔자 확산방지 대책 마련 간담회까지 범죄에 이용했다”며 국민의힘에 후보 공천 철회와 대 시민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당 대전시당도 네거티브 공방에 가세했다. 민주당 대전시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최근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와 구청장 후보 대다수가 서울과 수도권에 아파트 등 부동산을 소유하고 정작 자신의 출마지역에서는 임시방편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며 부동산 이슈를 꺼냈다.

그러면서 “임시거처인 대전에 전세를 살며 서울과 수도권에 대부분 부동산을 가진 이들은 사실상 ‘외지인’이나 마찬가지”라며 “대전에 집조차 마련하지 않고 임시방편 격으로 전세살이하는 후보가 지역발전에 앞장서겠다는 말을 믿는 유권자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이슈로 불거졌던 허태정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의 발가락 절단에 의한 병역면제 의혹과 장애등급 6급 1호 반납 이슈를 다시 부각하고 있다. 이 후보 캠프는 논평을 통해 발가락 절단 과정과 병역면제 사유를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 온라인상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 허태정 후보 후원회가 흑색 문자를 대량 유포하고 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여론을 조작하고 선거에 영향을 준 ‘킹크랩’이 대전시장 선거에 실행되고 있다”며 관련자 고소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어 도시 개발사업과 관련한 특혜·비리 의혹을 추가로 제기한 상태이다. 이 후보는 “허 후보는 도안신도시를 비롯한 도시 개발 관련 특혜·비리 의혹 확산으로 시민의 불신을 사고 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랜 시간 풀리지 않았던 숙원사업을 해결했다’고 떠들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유성복합터미널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은 아직도 지지부진하며, 베이스볼드림파크 건립 사업 역시 임기응변식의 대응으로 일관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은 TV 토론회로 이어졌다. 지난 23일 열린 대전MBC TV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공약·정책 검증보다는 시종일관 부동산·논문표절 문제, 전과 경력·병역기피 의혹 등을 거론하며 상대를 비난하고 약점을 파고드는 데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네거티브 공방이 혼탁 양상을 보이자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양홍규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은 “최근 SNS 등을 통해 전파되고 있는 내용을 보면 심각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상대방을 헐뜯는 과정에서 시민은 정치에 대한 혐오를 느낄 것이고 이제라도 흑색 비방을 멈추고 공명정대한 선거운동에 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30년이 넘으면서 성년이 됐지만 아직도 지방선거 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후보들의 자질은 멀었다”며 “네거티브는 시민의 표심을 얻기보다 선거에 혐오를 준다는 점에서 각 후보는 정책과 미래비전을 갖고 유권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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