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열흘 앞두고, 방역패스 '전격중단'…정치적 고려 없었나(종합)

음성확인 발급 과도, 자영업자 피해 고려 '일시중단'
미접종자 4%인데 확진 17만, 방역패스 무용론 계속
결정타는 정치권, 윤석열 "당위성 상실 폐지돼야"
이재명도 '방역완화'…도입예정 백신 1.4억, 제도부활 가능
  • 등록 2022-02-28 오후 12:22:49

    수정 2022-02-28 오후 12:32:44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대선을 열흘 앞두고 정부가 사실상 방역패스(코로나19 예방접종증명·음성확인제도) 폐지를 택했다. 일단 정부는 선별진료소의 과도한 음성확인서 발급으로 인한 업무 과부하 등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무용론’에 대구지법의 효력정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방역완화가 대선 화두가 되자 논란을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중이용시설의 QR인증 등 출입명부관리가 중단된 20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출입구에서 발열체크만 하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28일 중대본 회의에서 “다음달 1일부터 식당·카페 등 11종의 다중이용시설 전체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일시 중단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미접종자 보호’를 명분으로 시행됐던 방역패스가 120일 만에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당초 3월 1일에서 한 달 늦춘 4월 1일 시행 예정이던 ‘청소년 방역패스’도 일시적으로 시행을 중단한다.

정부는 방역패스 폐지의 가장 큰 이유로 음성확인서 발급용 검사로 인한 보건 인력 과부하를 들었다. 전 차장은 “최근 확진자 급증에 따라 방역패스용 음성확인서 발급에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온 보건소는 이번 조치로 고위험군 확진자 관리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돼 현장의 오미크론 대응 역량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있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체 사회에서 방역패스를 확인하고, 방역패스에 따라서 시설을 이용하는 이런 식의 사회적 비용들은 거둬들이는 쪽으로 조치를 한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방역패스 폐지에 발맞춰 내달 1일부터는 보건소의 음성확인서 발급이 전면 중단된다. 방역패스 외 목적으로 음성확인이 필요한 경우는 민간의료기관에서 음성확인소견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최근 방역패스는 △미접종자는 성인의 4%인데 반해 신규 확진자는 일 최대 17만명이라는 점 △전자출입명부(QR코드) 동선추적 기능 폐지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 동선 추적 장치 폐지 등이 맞물려 무용론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달 23일 대구지법에서 60세 미만을 대상으로 식당·카페 등에서 방역패스 적용을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리며 상황은 복잡하게 됐다. 경상북도에서는 자체 방역패스 적용 중지 검토까지 나왔다.

결정타는 여야 대선 후보의 방역 완화론으로 보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27일 자신의 SNS에 “자영업자·소상공인이 가장 바라는 것은 예전과 같이 24시간 자유롭게 영업하는 것”이라며 “당위성이 상실된 백신패스도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지난 21일 ‘청소년 방역 패스 폐지 검토’와 함께 “3차 접종자에 한해 거리두기 제한을 24시로 완화해줄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3월 9일 대선을 불과 열흘 앞두고 방역패스에 대한 각종 논란이 심화되자 정부는 결국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 역시 “정치권과 언론 등의 문제 제기도 지속해 왔고,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다만 방역패스의 일시적 중단은 새로운 변이 등장, 백신 접종 상황 악화 등에 의해 언제나 다시 부활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이날만 개별 계약된 모더나 백신 122만 7000만회분이 송도공장에서 출고되고, 올해 도입될 백신 분량만 약 1억 4010만회분이나 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방역패스 재도입 가능성은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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