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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첫 변론기일
1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유석동)가 심리 중인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1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이 13일 오후 5시에 열린다. 소송이 제기된 지 2년 11개월만이다.
법원은 2016년 소송이 제기된 이후 수차례 일본 정부에 소장을 전달했지만 일본은 번번히 헤이그 송달협약(민사 또는 상사의 재판상 및 재판외 문서의 해외송달에 관한 협약) 13조를 내세워 이를 반송했다. 이 조항은 ‘송달요청서가 이 협약의 규정과 일치할 때, 피촉탁국은 이를 이행하는 것이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지난 3월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했고 2개월 후인 지난 5월9일 자정 송달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고 변론 기일을 잡은 것이다.
첫번째 변수 ‘국가면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국제사법재판소(ICJ)의 ‘페리니 사건’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쟁포로였던 이탈리아인 루이지 페리니는 독일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이탈리아 대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ICJ는 ‘국가면제’를 내세워 이 같은 판결을 뒤집고 독일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국내 판결을 살펴보더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해방 직후 미군정청이 일본재산을 몰수하는 과정에서 손해를 입은 후손이 2015년 미국 등을 상대로 부산지방법원에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각하 또는 기각됐다.
이에 2016년 같은 사건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지만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국가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된다는 국제관습법에 어긋나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이를 각하했다.
두번째 변수 ‘강제집행’
더욱이 재판 결과 국가면제의 예외 사유가 인정돼 원고 승소판결이 내려지더라도 피고가 집행을 거부할 경우 또다시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 재산 압류 등 강제집행은 더 심각한 주권 침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엄격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가 면제 예외사유로 재판관할권이 행사되더라도 외국의 국유재산은 판결의 집행으로부터 면제될 수 있다.
지난 2004년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미국 정부를 상대로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채무자의 퇴직금 및 임금에 대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1년 대법원은 우리나라 법원은 재판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심의 부적법 각하 판결을 확정했다.
국가재산에 대한 압류 및 강제집행은 △국가가 국제협정, 중재합의 또는 계약을 통해 명시적으로 동의한 경우, △국가 재산이 권력적, 주권적 목적 이외의 목적을 위해 사용되고 있거나 그러한 의도가 있는 경우 △국가면제의 예외사유에 해당하며, 국가 재산이 상업적 목적에 사용되는 경우로 제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