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그 시끄럽던 '태극기'는 왜 조용해졌을까…부산 연설회 참관기

부산 연설회, '태극기 부대' 야유·폭언 사라져
지지자들도 당 안팎, 여론의 비판 의식
'남자 3호' 김준교, 폭언 사과…현장에선 감싸는 분위기도
행사장 밖, '5.18' 갈등 그대로 보여줘
  • 등록 2019-02-22 오전 11:52:03

    수정 2019-02-22 오후 2:51:57

자유한국당 합동연설회가 열린 부산 벡스코 앞 광장에서는 ‘5.18 망언’을 규탄하는 진보 시민단체와 일부 한국당 지지자가 대치하기도 했다. (사진=박경훈 기자)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위(당·언론·여론)에서 찍어누르니 조용한 거 아니겠어요?” (김진태 지지자)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세 번째 합동연설회가 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었다. 사실 이날의 주요 관심사는 후보들의 정견발표보다는 ‘태극기 부대’로 상징되는 김진태 후보의 극성 지지자들의 행태였다. 이들은 14일 대전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당대표·최고위원 합동연설회를 쫓아다니며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후보를 향해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다.

특히 18일, 한국당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대구 연설회에서 이들의 존재감은 빛났다. 김병준 당 비대위원장은 “조용히 해주십시오”라고 외쳤지만 먹혀들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태극기 부대가 21일 잠잠해진 것. 심지어 오세훈 후보가 “(김진태를 외치는) 여러분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일반 국민의 마음은 우리 당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지만 큰 동요는 없었다.

현장에서 만난 김진태 지지자들은 여론 때문에 자연스레 조용해 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자의 “혹시 ‘단톡(카카오톡 단체방)’ 등을 통해 조용하기로 약속한 것이냐”는 질문에 지지자들은 “그런 건 없었다. 다만 당에서도 비판하고, 언론에서도 안 좋다고 하니까 조용해진 것”이라고 답했다. 김 후보 역시 페이스북과 현장 발언을 통해 과격한 행동을 자제해줄 것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김진태 지지자들은 자리 배치에도 불만을 표했다. 한국당은 이날 지도부·후보자·지역 당협위원장을 앞에 앉히고 지지자들을 무대 중간부터 배치했다. 이 사이에는 초대형전광판이 설치됐는데 공교롭게도 일부 김진태 지지자들의 가림막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김진태 지지자들은 “우리를 막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했다.

21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제주권 합동연설회에서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연설회에서 한 발언과 관련해 당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다른 관심사는 ‘남자 3호’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였다. 김 후보는 이전 연설회에서 “저 딴게 무슨 대통령”, “문재인을 민족 반역자로 처단하자”, “종북 문재인을 탄핵하자” 등 폭언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특히 과거 SBS ‘짝’에 출연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져 젊은층의 관심도 끌었다.

당의 원로를 비롯해 여론의 비판을 받아서 인지 김 후보는 다소 경직된 행언을 보였다. 김 후보는 연설을 통해 “사려 깊지 못하고 다소 과격한 언행으로 당 축제인 전당대회에 누를 끼치게 돼 죄송하다”며 “너그럽고 어여삐 봐주셨으면 감사하다”고 사과까지 했다.

다만 행사장 안에서는 그를 감싸는 분위기였다.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인 한선교 의원은 이날 김 후보 발언에 앞서 “우리의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문재인을 탄핵해야 한다는 발언했다고 해서 저는 문제 될 것 없다고 생각한다”고 그를 두둔했다. 일부 김진태 지지자들도 그에게 환호를 보내며 응원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행사장 밖은 한국당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한 당 지지자는 박정희·전두환·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서적을 팔고 있었다. 그 중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담은 책도 있었다.

진보성향 시민단체의 시위도 이어졌다. 부산 지역 시민단체는 행사장 앞에서 김진태·김순례·이종명 한국당 의원의 ‘5.18 망언’을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행히 충돌을 우려한 경찰이 대규모 인원으로 ‘인간 바리게이트’를 치는 등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밖에 ‘광주사태는 폭동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행사장을 서성이던 한 노인은 한국당을 규탄하는 시위대 앞을 지켜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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