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행장들로 구성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설립준비위원회는 17일 오전 회의를 열고 유암코 확대 개편안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금융위원회도 개편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출범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는 유암코에 지분을 출자한 6개 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포함된 총 8개 은행이 1200억원씩 출자하고 캠코가 400억원을 출연해 자본금 1조원으로 설립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암코가 그 역할을 대신 수행하게 되면서 은행들은 재무적으로 큰 부담을 덜게 됐다.
또 진행 중인 유암코의 경영권 매각도 없던 일이 될 공산이 커졌다. 유암코는 지난 2009년 신한·국민·하나·기업·농협·우리 등 6개 은행이 공동 출자해 설립된 회사다. 그러나 은행이 특정 회사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면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고 은행법 규정이 개정되면서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은행들은 NPL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고자 15% 미만에 맞춰 최소한의 지분 매각을 계획했지만 경영권이 없는 지분을 가져가겠다는 투자자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경영권 매각(52%)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유암코 역할이 더욱 커진 만큼 은행 입장에서 경영권을 굳이 매각할 필요가 없어진 셈.
하지만 전쟁이 막을 올리기도 전에 매각이 무산되면서 김이 빠져버린 모습이다. 입찰에 참여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 결정이니 따라야 하겠지만 인수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허탈한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뿐만 아니라 기업구조조정회사 설립위원회에서 준비했던 사람들도 같은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