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유암코 매각 좌초, 거물급 정재계 인사 앞세운 PEF 허탈

  • 등록 2015-09-17 오후 1:30:20

    수정 2015-09-21 오전 10:30:05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출범 백지화로 국내 최대 부실채권(NPL) 투자회사인 유암코 매각이 사실상 무산됐다. 유암코와 인수 후보자간에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경영권 매각에다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설립으로 악재가 잇달았던 유암코는 향후 역할까지 확대되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지만 거물급 정재계 인사를 앞세운 사모투자펀드(PEF) 등 인수후보자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은행 부행장들로 구성된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설립준비위원회는 17일 오전 회의를 열고 유암코 확대 개편안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금융위원회도 개편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출범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는 유암코에 지분을 출자한 6개 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포함된 총 8개 은행이 1200억원씩 출자하고 캠코가 400억원을 출연해 자본금 1조원으로 설립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암코가 그 역할을 대신 수행하게 되면서 은행들은 재무적으로 큰 부담을 덜게 됐다.

또 진행 중인 유암코의 경영권 매각도 없던 일이 될 공산이 커졌다. 유암코는 지난 2009년 신한·국민·하나·기업·농협·우리 등 6개 은행이 공동 출자해 설립된 회사다. 그러나 은행이 특정 회사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면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고 은행법 규정이 개정되면서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은행들은 NPL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고자 15% 미만에 맞춰 최소한의 지분 매각을 계획했지만 경영권이 없는 지분을 가져가겠다는 투자자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경영권 매각(52%)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유암코 역할이 더욱 커진 만큼 은행 입장에서 경영권을 굳이 매각할 필요가 없어진 셈.

유암코 내부에서도 쾌재를 부르고 있다. 유암코는 NPL 인수시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1위 자리를 위협받자 지난해말 PEF 설립을 통해 중소 제지업체인 세하 등을 인수하며 중소기업 구조조정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었지만,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 등장으로 영역이 겹치는 등 난감한 입장에 처했었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회사 설립이 무산되면서 영역이 겹치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됐고 매각후 내부 구조조정 우려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반면 유암코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인수 후보자들은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인수전은 거물급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속해 있는 PEF들이 참여해 ‘별들의 전쟁’으로 회자됐다. 올림퍼스캐피탈과 손을 잡은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를 비롯해 하나금융투자와 짝을 이룬 디스커버리인베스트먼트에는 장하원 전 열린우리당 정책실장,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와 연합한 파인스트리트에는 조건호 전 리먼브라더스 아시아지역 회장, 글로벌 NPL투자회사인 발벡에는 권오규 전 부총리가 한국대표로 재임 중이다.

하지만 전쟁이 막을 올리기도 전에 매각이 무산되면서 김이 빠져버린 모습이다. 입찰에 참여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 결정이니 따라야 하겠지만 인수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허탈한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뿐만 아니라 기업구조조정회사 설립위원회에서 준비했던 사람들도 같은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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