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무역협회에서 권평오 무역투자실장 주재로 열린 ‘업종별 긴급 수출점검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주요 품목별 하반기 수출여건 및 전망’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는 우리 수출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업계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반도체·컴퓨터 ‘맑음’ 철강·석유화학 ‘흐림’
산업부는 저유가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에 대해 올해 하반기에도 단가하락으로 수출 감소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올 상반기에 생산시설 보수가 끝난데다,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여 수출 감소폭은 다소 축소될 것이란 분석이다.
철강에 대해선 미국과 중국의 설비 확충 및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유정용 강관 수요 감소로 수출 여건이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최근 들어 각국의 수입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다.
가전은 베트남 중심의 해외생산 비중 확대 등으로, 섬유는 경기 불투명 등으로 인해 올 하반기 수출도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측됐다. 평판디스플레이 역시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단가하락 등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반도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수출액을 경신할 것으로 산업부는 내다봤다. 클라우드 서비스, 사물인터넷(IoT) 등 신규 어플리케이션 시장 확대로 견조한 상승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서다.
자동차는 현대 투싼, 기아 K5 등 신차출시 효과로 수출이 다소 회복되겠으나, 러시아 경기침체 지속으로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자동차 부품도 대(對)신흥시장 수출이 줄어들겠지만, 최근 인도 경기가 소폭 회복되고 있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보합세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조선·해양플랜트는 선박 및 해양플랜트 인도시기가 올해 1분기에 집중돼 하반기엔 다소 둔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무선통신기기는 LG G4 180개국 출시, 삼성 갤럭시S6 대일 수출 본격화 등이 호재지만, 미국과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심화가 불안요인으로 상존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업계 “할당관세·세액공제·환율안정” 요구..정부 “수출대책에 최대한 반영”
수출업계는 정부의 전방위적인 수출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하반기에도 국제유가 하락세 지속, 세계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교역량 감소, 엔화 및 유로화 약세 등으로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서다.
할당관세는 특정물품이 정부가 정한 일정 수량 내에서 수입될 때는 저율 관세를 부과하고, 일정 수량을 초과해 수입될 때는 정상세율을 부과하는 제도다.
자동차 업계는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도록 환율안정화 대책을 촉구했다. 반도체, 가전, 일반기계는 수출경쟁력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늘리고, 핵심분야에 대한 정부 연구개발(R&D) 투자를 수출연계형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강업계는 수입규제 가능성이 높은 국가를 대상으로 정부와 수출기업 간 적극적인 공조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으며, 섬유 업계는 전시회 참가 등 해외 마케팅, 무역금융 지원확대, 노후 설비 교체, 산업용 섬유 생산기반 구축 등을 요구했다.
산업부는 업계의 정책건의사항들을 적극 검토해 이달 중 발표 예정인 ‘수출경쟁력 강화 대책’에 최대한 반영해 나가기로 했다. 또 품목별 수출 여건을 상시 점검하는 등 비상체제를 운영해 나가기로 했다.
권평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올 들어 수출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직면해 있다”며 “수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민관의 역량 결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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