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100%' 고선량 방사선에도 실험쥐 66% 생존

IBS·서울대 공동연구, 나노입자 극소량 사용
광범위한 방사선 보호제로 활용 기대
  • 등록 2020-07-06 오후 12:32:53

    수정 2020-07-06 오후 12:32:53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높은 선량 방사선으로부터 사람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보호제를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현택환 나노입자 연구단장과 박경표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방사선 조사 시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극소량의 투여량으로도 제거할 수 있는 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방사선 피폭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나노입자 개발.<자료=기초과학연구원>
항암 치료·진단 등 의료분야의 방사선 이용이 증가하면서 피폭 부작용을 감소시키는 약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방사선을 쬐면 사람 몸속 물 분자가 수 밀리 초 내에 분해되며 과량의 활성산소가 발생한다. 활성산소는 세포에 손상을 입히고, 사망까지 이르게 한다. 방사선 분해로 생기는 과량의 활성산소를 빠르게 제거해 몸속 줄기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면 방사선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할 수 있다.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방사선 보호제는 아미포스틴이 유일하다. 아미포스틴은 전신이 아닌 타액선의 손상만 제한적으로 예방할 수 있고, 독성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농도를 높게 투여해야 효과가 나타나고, 30분 내에 분해되기 때문에 사요이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는 나노입자에 주목해 문제를 해결했다. 세륨산화물과 망간산화물은 패혈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 활성산소 관련 질병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이를 많이 투여하면 몸속에서 독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투여량을 최소화해야 했다.

연구팀은 나노입자의 구조를 제어해 활성산소 제거능력을 향상시켰다. 우선 세륨산화물 나노입자 위에 망간산화물 나노입자를 증착시킨 형태의 나노입자를 제작했다. 이후 두 나노입자의 격자 차이로 망간산화물 입자 내 격자 간격이 벌어졌다. 표면 흡착에너지가 조정되고, 합성된 세륨·망간산화물 나노입자가 세륨산화물 나노입자보다 항산화 성능이 최대 5배 이상 높아졌다.

연구팀이 인공 장기인 인간 소장 오가노이드를 사용해 합성된 나노입자의 방사선 보호 효과를 분석한 결과, 나노입자 투여로 DNA 손상, 세포자살, 스트레스 등 방사선 부작용이 개선되고, 세포 재생 관련 유전자 발현이 증가했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에서 소량의 나노입자로 보호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실험쥐에게 아미포스틴 권장 투약량의 360분의 1에 해당하는 나노입자를 투여해도 치사율 100%의 높은 선량 방사선 노출에도 66%가 생존했다. 실험쥐의 장기 손상이 줄고, 장기 재생도 진행됐다.

현택환 단장은 “세륨·망간 산화물 헤테로 나노입자는 방사선 피폭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효과적인 보호제로 활용할 수 있다”며 “방사선의 의학적 활용과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피해 우려까지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11일 재료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온라인으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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