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선사로서의 자존심을 세울 적합한 인물이 경영을 맡게 되리라는 기대감과 전직 임원의 재등판으로 인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4일 추모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섰다. 이날 오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백훈 현대상선 대표이사 등 회사 임직원 40여명은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현대 선영에서 13주기 기일을 맞은 고(故) 정몽헌 회장과 고인의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추모했다. 이후 현대상선 관계자들은 회사로 복귀해 여느때와 다를 바 없이 정상근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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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채권단은 새로운 CEO 선임을 위해 헤드헌팅사에 인재 물색을 의뢰한 상태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은 현대상선 근무경력이 있는 유창근 인천항만공사 사장, 노정익 전 현대상선 사장 등이다. 하지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외국인을 포함한 최고의 전문가를 모셔야 한다”고 말해 해외 해운업체 CEO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는 전직 CEO들이 다시 회사의 수장을 맡는 데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구안을 모두 이행하고 새도약을 예고한 와중에 회사 경영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들이 다시 영입된다는 소식이 달갑지만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외부 인사로는 싱가포르 해운업체인 APL을 경영했던 론 위도우 전 사장도 거론되고 있다. 위도우 전 사장은 40년 이상 해운업에 종사한 해운 전문가다. 그러나 해운업이 국가 기간 산업인 데다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을 외국인에게 맡길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책임있는 경영보다는 단기 실적 달성에만 치중하지 않겠느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당분간 현대상선은 이백훈 대표이사, 김충현 경영총괄 겸 재무총괄 부사장 체제로 운영된다. 지난해 말부터 실시된 주말 비상근무 조치도 아직 해제되지 않은 상황이다. 새로운 CEO는 한 달 뒤인 9월초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 분리를 앞두고 현대그룹의 백기사 역할을 자청하며 현대상선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사모펀드 마켓벤티지 등 외국인들은 전날 모든 주식을 매각했다. 현대상선의 외자 유치는 2013년말 발표한 자구안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으로, 산업은행 편입을 앞두고 현대그룹 우호 지분이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현정은 회장과 부친 고 현영원 전 회장, 정몽헌 회장 등이 경영에 참여해 손때가 묻은 현대상선은 창립 40주년 만에 현대가의 품을 완전히 떠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