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생명은 도덕성? '후안무치' 진보당

  • 등록 2012-05-03 오후 3:39:43

    수정 2012-05-03 오후 3:39:43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04일자 4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통합진보당이 창당 이후 최악의 위기에 내몰렸다. “진보의 생명인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는 한탄조의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 부정으로 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진보당은 3일 공개한 진상조사 보고서에서 “비례대표 후보 선거가 선거 관리능력 부실에 의한 총체적 부실·부정 선거”라고 규정하며 근본적인 당 쇄신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서울 관악 을 야권 단일후보 경선 당시 여론조작 파문에 이어 또다시 선거 부정이 발생하며 후폭풍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진보당의 사태 수습 방식이다. 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공동대표단 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다만 공동대표 사퇴로 파문이 가라앉을지 미지수다.

논란의 핵심은 윤금순·이석기·김재연 등 비례대표 당선자 3인의 진퇴 여부다. 경기동부연합 중심의 당권파는 비례대표 당선자의 사퇴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국민참여당과 진보신당 탈당파가 주축을 이룬 비당권파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부정 선거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이청호 부산 금정구 지역위원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비례대표가 의원직을 유지한다면 국민이 진보당에 등을 돌릴 것”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진보당 당권파가 내비치는 주장은 상식과 거리가 멀다. 진보당은 지금까지 새누리당의 과오에 대해 추상같은 논평을 쏟아내왔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 박희태 국회의장의 사퇴를 촉구한 것은 물론 논문 표절 의혹에 시달린 문대성 당선자의 의원직 사퇴도 강하게 촉구했다.

그러나 정작 스스로에게는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전형적인 이중 잣대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얼굴은 두껍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안무치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은 여의도 정치권을 넘어 검찰 수사로 비화할 조짐이다. 보수단체인 라이트코리아가 진보당의 선거 부정을 고발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정희·유시민·심상정·조준호 등 공동대표단은 “당 자체의 수사 의뢰가 없음에도 검찰이 보수 유령단체의 고발이라는 명분을 통해 수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불순한 정치적 의도”라며 검찰의 수사 중단을 촉구했다.

진보당 외곽을 살펴봐도 우군은 없는 실정이다. 새누리당은 이상일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비례대표 당선자의 사퇴와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야권연대의 상대편인 민주당도 돌아섰다. 박용진 대변인은 “진보 정당다운 선명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밝혔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야권연대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 정당의 다른 축이었던 진보신당 연대회의 창당준비위원회도 “이승만 독재 시절 자유당 부정 선거와 가까운 수준”이라며 “일부 정치인의 사퇴로 어물쩍 넘기는 것은 전체 진보 진영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총선에서 13석을 획득해 제3당의 지위를 확보한 진보당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지지율은 과거 관악을 경선 여론조작 파문 당시와 마찬가지로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이어 “대선 국면에서 새누리당과 1대1 구도를 위한 선거연대 역시 위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 입장에서 진보당은 계륵으로 변해버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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