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12월 24일 16시 37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현대상선(011200) 유상증자에 현대중공업(009540)과 KCC(002380) 등 범현대가(家)가 일제히 불참했다. 경영권 위협을 받아왔던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측은 다소 나마 숨통이 틔었다. 지금 구도대로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범현대가와의 현대상선 지분율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일각에선 범현대가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에서 손을 뗄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유상증자 불참을 통해 현회장의 경영권을 인정할테니 더 이상 현대건설 인수에 매달라지 말라는 의미로 읽힌다는 것이다.
물론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순순히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에 5조51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입찰가를 써냈던 현대그룹"이라며 "불안의 싹은 완전히 제거하고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 채권단 중재카드 약발은 떨어졌다
24일 재계와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KCC와 현대건설에 이어 현대중공업도 현대상선 유상증자 참여를 포기했다. 이대로 유상증자가 마무리될 경우 현정은 회장측의 지분율은 40.3%로, 범현대가는 현대건설 지분을 포함한다 해도 35.5%대로 낮아진다.
여기에 범현대가의 실권주 지분 2.1%를 우호지분화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이번에 20% 우선배정분(204만주)를 전량 청약한 우리사주 지분도 1.3%가 된다. 이렇게 보면 현대그룹과 범현대가의 현대상선 지분율 격차는 최대 8%포인트로 커진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 회장측에 제시한 중재카드는 자연스레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주초 채권단은 현대그룹과 맺은 현대건설 매각 MOU를 해지하면서 법적 분쟁 장기화를 우려해 중재안을 제시했다.
정책금융공사 유재한 사장은 지난 21일 "현대그룹이 법적대응에 나서지 않는다고 채권단과 합의하고, 채권단이 현대차와 협상을 재개하기로 결정할 경우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를 분리 매각해 현대그룹이 우려하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유상증자 불참의 의미
투자은행(IB)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이번 범현대가의 유상증자 불참은 크게 2가지 측면에서 흥미롭다"고 했다. 우선 표면적으로는 범현대가가 여론의 눈총을 피한 것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KCC와 현대중공업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면 범현대가가 현대그룹 경영권에 대한 욕심을 노골화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로는 현대그룹에 퇴로를 열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도 현대그룹이 우려하는 현대상선 경영권만은 보장해주겠다고 중재안을 내건 상황에서 범현대가 역시 이에 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은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현대상선 경영권도 어느 정도 강화된 상황에서 현 회장이 계속 무리해서 현대건설을 탐하는 것은 현대그룹 직원과 주주 모두를 위기로 몰고 간다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방심은 없다"
그러나 꼬여버린 현대건설 매각이 당장 대 전환의 기회를 맞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재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으로서도 제수씨네 회사 경영권을 노린다는 여론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져 좀 더 편하게, 그리고 공격적으로 법정공방과 현대건설 인수전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달라질 게 없다"면서 "연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법원의 판결을 지켜 본 뒤 향후 현대건설 매각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결단을 내리려면 법원의 판결 전에 해야 의미가 있다"며 "법원 결정이 나온 뒤에는 우리가 이행보증금 2755억원을 돌려주고 싶어도 배임 등의 문제가 나올 수 있어 돌려주지 못한다"고 현대그룹을 다시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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