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비종교적 신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 첫 인정

예비군 훈련 16차례 불참해 기소
1·2심에 대법까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인정
  • 등록 2021-02-25 오전 10:51:40

    수정 2021-02-25 오전 11:04:23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종교적 이유가 아닌 윤리적·도덕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대법원이 인정한 첫 사례가 나왔다. 대법원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를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대법원 제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은 예비군법 위반죄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3월부터 총 16회에 걸쳐 예비군 훈련과 병력 동원 훈련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훈련에 불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폭력적인 아버지 슬하에서 성장하며 폭력에 대한 경감심을 갖게 됐다고 주장했다. 미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고 전쟁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도 갖게 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군 입대 후 훈련 과정에서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깨닫고 입대를 후회했고 군사훈련을 받지 않을 수 있는 회관 관리병에 지원해 군 복무를 마쳤다”며 “제대 후 예비역에 편입됐으나 더 이상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일체의 예비군훈련 등을 모두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와 2심 재판부는 ‘인간에 대한 폭력과 살인을 거부’로 예비군훈련과 병력동원훈련을 거부한 것이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봤다. 특히 A씨의 경우 현역 복무를 이미 마쳤음에도 예비군훈련만을 거부하기 위해 수 년간 조사와 재판을 받으며 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한 점 때문에 양심에 대한 진정성이 인정됐다.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적·도덕적·철학적 신념 등에 의한 경우라도 그것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과 병력 동원 훈련 거부에 해당하면 예비군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한편, 이날 오후 헌법재판소에선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한 향토예비군법 15조 9항 1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사건의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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