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의 신당 성패 가를 탈당 규모… 호남 민심에 달렸다

내년 4월 총선 남기고 야권재편 소용돌이, 3당 안착 관심
문재인 새정치연합과 야권 경쟁체제 구축, 혁신경쟁할 듯
내년 총선 앞두고 야권 통합 부상, 각개약진 가능성 커
총선서 제1야당 승부에 따라 안철수 문재인 생사 판가름
  • 등록 2015-12-13 오후 6:56:01

    수정 2015-12-13 오후 7:30:14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야권이 혼돈에 빠졌다.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3일 “이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대선 주자인 안 전 대표의 탈당으로 새정치연합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 재편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전망이다.

지난해 3월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가겠다’며 독자신당 창당 작업을 포기하고 민주당과 통합해 새정치연합을 창당했던 안 전 대표가 1년 9개월 만에 다시 광야에 섰다.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이어졌던 새정치 깃발도 이미 새정치연합에 넘겨준 터라 안 전 대표에게 남아 있는 자산은 거의 없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보다 뒤쳐져 있다. 한국갤럽이 8~10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안 전 대표는 10%로 4위를 기록했다.

안 전 대표가 탈당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나침반도 지도도 없이 허허벌판에 혈혈단신으로 나섰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안 전 대표를 따라 나갈 의원들이 있다는 점이다.

◇안철수 신당 원내교섭단체 구성하면 제3당으로 안착 = 당장 14일이나 15일 중 1차 탈당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병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번주 내에 1차 탈당에서 대여섯 명에서 십여명이, 연말까지 최대 20명 이상의 의원들이 탈당할 것”이라고 했다.

탈당 대열에는 문 의원을 비롯해 안철수계였던 송호창 의원, 당무감사를 거부해 징계가 예고돼 있는 유성엽·황주홍 의원, 비주류 모임인 야권대통합을 위한 구당모인 소속 의원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만약 문 의원 예측대로 연말까지 20여명이 탈당하면 바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이는 야권내 경쟁체제, 제3당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의원들이 탈당하면 다시 신당 창당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도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며 신당 창당에 나설 뜻을 분명히했다.

신당의 성공여부는 탈당 의원들 규모도 중요하지만 민심에 달려있다. 야권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이 안철수 신당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느냐에 따라 이 신당이 총선 판도를 좌우할 태풍이 될지, 찻잔속의 태풍에 그칠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호남은 지난 4·29 재보궐선거와 10·28 재보선에서 보여준 것처럼 새정치연합에 대한 민심이 최악이다. 문 대표 지지도도 야권 대선주자 지지도 중에서 제일 낮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까지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호남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23%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안 전 대표(18%)와 문 대표(12%)순이었다. 박 시장은 전주에 비해 3포인트 낮아지고 안 전 대표는 4포인트 올랐다.

안 전 대표가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혁신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며 문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것이 일부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탈당 후에도 호남에서 안 전 대표 지지도가 오르면 탈당을 저울질하고 있는 호남권 의원들의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박지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새벽까지 잠 못자고 좋은 소식 기다렸지만 까치는 오지 않았습니다.”라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호남의 민심을 얻으면 박 의원의 태도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새정치연합 호남권 의원은 총 27명이다.

◇호남 민심이 분열 초래한 안철수 신당 외면할 수도 = 야권의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호남 민심이 안 전 대표를 외면할 수도 있다. 분열은 공멸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문 대표 주도로 총선체제를 구축해 안철수 신당과 기득권포기와 혁신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이나, 수도권 의원들의 위기의식을 잠재우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000~2000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에서는 안철수 신당 출현은 곧바로 낙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웅래 새정치연합 의원은 “공멸의 길로, 국민의 민심에 반해서 가면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책임을 질 정도가 아니고 심판을 받을 것이다. (안 전 대표 탈당으로) 호남 민심이 갈라지는 것 아니냐”며 “당이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여다야 구도로는 참패할 수 밖에 없는 안철수 신당과 새정치연합이 총선을 앞두고 통합이나 후보단일화를 타진할 가능성이 크다. 통합에 성공하면 여야 1:1로 총선 구도가 정해지겠지만,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만 연대하고 각개 약진할 수도 있다.

결국 안 전 대표에게 달려있다. 문 대표와 정치적 앙금을 감안할 때 통합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신 안철수 신당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국민들의 삶을 돌보는 정치로 보답하면 총선에서 살아 남아 1988년 총선 후 만들어진 4당 체제처럼 한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제1야당으로 성공할 수도 있다. 반대로 새정치연합에 눌려 2004년 총선 때처럼 구 민주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권이 기득권 포기 등 혁신경쟁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호남과 야권 지지 유권자들이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안 전 대표와 문 대표의 생사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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