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주총]'완패' 엘리엇 "합병승인 실망..모든 가능성 열어둬"(상보)

[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17일 개최된 삼성물산(000830) 합병 주주총회가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완패로 끝났다. 안건 1안이었던 합병 안건은 주총참석 주식수 가운데 69.53%의 찬성표를 얻어 통과됐고 엘리엇 측의 제안으로 안건에 오른 현물배당과 중간배당 개정 안건 모두 부결됐다.

주총이 끝나자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엘리엇 측은 공식 발표를 통해 “엘리엇은 수많은 독립주주들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합병안이 승인된 것으로 보여져 실망스럽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엘리엇이 ‘모든 가능성’이라는 표현으로 추후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합병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날 주총에는 엘리엇의 법률대리인인 최영익 변호사가 참석해 “주주들이 현명한 판단으로 불공정한 합병에 반대료를 행사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변호사는 “이번 합병은 일반 주주의 이익 침해하면서 특수 이해관계 주주에게 우선적 혜택을 준다”며 “삼성의 경영권 승계구조와 지배구조 개편을 지지하지만 모든 주주에게 공정하고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주주들의 반대에도 합병안 추진을 강요하는 행위는 다른 숨겨진 의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주주들의 결정으로 상황은 바뀔 수 있다며 막판까지 반대표를 이끌었다.

특히 엘리엇 측은 병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의사를 언제, 어떻게 확인했는지에 대해서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법무팀장은 “이건희 회장은 2015년도 정기주총 등이 기존의 포괄 위임에 의해 대리행사가 되고 있다”며 “본건도 포괄위임에 따라 의결권이 행사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회장님의 의결권 행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포괄위임권을 행사하는데 이상이 없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최 변호사는 결과 발표 직전 합병 찬반이 박빙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승인으로 결론이 나자 당황하며 “당장 할말이 없다. 향후 의뢰인과 의논해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언급했다.

엘리엇은 주주제안으로 안건에 올린 의안 2, 3호까지 모두 부결돼며 삼성물산에 완패했다.

2호 의안은 회사가 이익배당의 방법으로서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안건이었지만 45.93%의 찬성률로 부결됐다. 또 주주총회 결의로도 중간배당을 하도록 하고 중간배당을 금전뿐만 아니라 현물로도 배당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3호 안건도 45.8%의 찬성률을 기록하며 부결됐다.

이로써 한 달간 지속된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싸움은 엘리엇의 패배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