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학으로 한의학 효능원리 찾았다..신약개발 길 열어

이상엽 KAIST 교수팀, 구조유사도 분석으로 한약 화합물의 대사경로 예측
"임상실험 등 거쳐 전통천연물 기반 신약개발 가능해져"
  • 등록 2015-03-11 오후 12:00:55

    수정 2015-03-11 오후 12:00:55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국내 연구진이 서양의학의 분석기법을 활용해 한약 물질의 효능원리를 밝히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한약의 임상실험 검증도 가능해져 전통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팀은 복수의 화합물의 구조가 비슷한 정도인 ‘구조 유사도’ 분석법을 바탕으로 전통 한약의 화합물들이 작용하는 대사경로들을 예측했다고 11일 밝혔다.

전통 한의학의 화합물들과 시판 중인 약물들을 인체 내 대사산물들의 구조와 비교하는 구조 유사도 분석.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한의학 특징은 다수의 화합물들이 상승효과로 약효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개별 물질에 대해선 임상실험을 통한 효능검증이 어려워 신약개발 한계로 지적돼왔다.

연구팀은 전통 한의학의 약효 원리가 명확히 밝혀진 화합물 조합들을 분석한 결과, 상승효과를 갖는 화합물은 대부분 주요 약효을 전달하는 화합물과 이를 보조하는 화합물로 구성된 점을 찾았다.

흥미롭게도 이런 조합은 한의학 기본 처방원리인 ‘군신좌사’(君臣佐使)와 유사했다. 군신좌사 원리는 이렇다.

‘군’(임금)은 핵심 약효를 제공하는 약으로 ‘신좌사’(신하)에 의해 극대화된다. △신은 군의 효력을 보조 및 강화하고 △좌는 군의 독성완화와 수반증상 해소 역할을 한다. △사는 처방의 작용부위를 질병부위로 인도한다.

이상엽 KAIST 특훈교수
연구팀은 상승효과를 갖는 화합물 조합들을 구조 유사도 분석에 적용, 아미노산과 비타민과 관련된 대사경로에 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팀은 한의학의 많은 화합물들의 작용 메커니즘을 명확히 밝히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이상엽 교수는 “임상실험 및 인체 가상모델로 검증하는 것이 전통 천연물 기반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향후 과제이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에는 이 교수가 교신저자로, 김현욱 KAIST 박사가 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 3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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