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사건 공동피고인이자 최 회장 형제의 유죄 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준홍(48)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그는 원심 때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4부(재판장 문용선)는 27일 오후 최 회장 형제의 회삿돈 횡령 사건에 대해 이같이 선고했다.
문용선 부장판사는 “피고인 최태원, 최재원은 정상적인 기업경영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고 정당한 대가를 획득해야 함에도 무속인 출신 김원홍의 신통력을 믿고 허황되고 탐욕스런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계열사 자금을 동원했다”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말했다. 또 “조직적으로 위증하는 등 수사기관 및 법원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에게는 “항소심에서 진지하게 반성하며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있는 점을 참작할 수밖에 없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동생마저 유죄…최 부회장 반발, 노소영 관장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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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선 판사는 판결직 후 최 부회장에게 “이 법원은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할 필요가 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고, 최 부회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저는 불법 송금을 지시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일을 검찰에서 수사받을 때 비로소 알았습니다. 그전까지는 김준홍 전 대표만 알았습니다”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문 판사는 “법원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해 구속하겠다”고 말했다.
선고공판을 방청하기 위해 법정을 찾은 최 회장의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52)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노 관장은 선고가 끝나 최 회장 형제와 방청객들이 법정을 떠나는 와중에도 눈물을 흘리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재판부 “둘다 무죄인데 왜 허위자백?”…최 회장 형제 손잡고 판결 주문 들어
재판부는 최 회장 형제 주장대로 ‘김원홍 전 고문의 부탁으로 펀드출자 등은 도왔지만 횡령은 속았다’는 것이라면, 굳이 검찰조사때와 원심에서 동생이 죄를 스스로 자백할 이유가 있었겠느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2시간여간의 선고공판이 끝나고 재판부가 판결 주문을 읽는 동안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은 서로 손을 꼭 잡았다.
최 회장 형제는 지난 7월 항소심 최후진술에서도 재판장이 최태원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관계를 보스 대신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는 조직폭력배로 비유하기도 했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최 부회장은 거짓자백을 한 이유로 “김원홍 전 고문이 빠지면서 송금지시 역할을 제가 안 하면 회장님이 구속된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진실을 가릴 수 있다는 저의 짧은 생각에 회장님이 고초를 겪고 계시다”며 울먹였다.
최 회장 역시 재판과정에서 김원홍 전 고문을 통해 선물옵션 투자를 하면서 동생의 재산 증식을 돕고자 했던 마음이 확인됐으며, 원심 때는 동생을 위한 선처를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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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홍 없는 재판에 김준홍만 집행유예…논란일 듯
재판부는 최 회장 형제 측의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 대한 증인채택과 변론재개 요청을 기각했다.
문 부장판사는 “김원홍의 인감 됨됨이 등을 미뤄 봤을 때 증인으로 채택할 이유가 없다”면서 “최 회장의 구속만기(9월 31일)가 다가와서가 아니라, 실체적 진실은 이미 밝혀졌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에게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선고가 끝난 뒤 김 전 대표는 상기된 얼굴로 변호인 부축을 받으면서 법정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김준홍 전 대표의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변호인은 물론 검찰도 별도 의견서를 내는 등 신뢰성 논란이 여전해 이후 대법원 상고심에서 법정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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