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가 삼성 기술보안의 `최대 적?`

반도체·냉장고 기술 연이어 유출
협력사 관여 기술 유출 예방법 마땅치 않아…"의식강화 외 방법없다"
  • 등록 2010-02-04 오후 3:59:11

    수정 2010-02-04 오후 8:33:01

[이데일리 조태현 기자] 삼성전자 핵심기술이 유출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직원 연루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회사는 연일 `홍역`이다.

특히 최근 발생한 대형 기술유출 사건에는 한가지 특징이 있다. 협력업체가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 반도체 이어 냉장고 기술도 유출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중희)는 지난 3일 삼성전자의 반도체 관련 국가핵심기술 52건 등 총 94건의 기술이 불법유출됐다고 밝혔다.

기술을 빼낸 사람들은 삼성전자에 반도체 제조장비를 납품하는 외국계 협력사 어플라이드 머터리얼스 코리아(AMK) 직원들. 이들은 하이닉스반도체에 기술을 넘겼다.

AMK는 미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LCD 장비 생산업체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모두와 납품계약을 맺고 있다.

AMK 직원들은 장비설치와 관리를 명분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공장에 수시로 드나들면서 비밀문서를 몰래 갖고 나왔다. 아니면 친분 있는 직원에게 구두로 정보를 캐는 방법으로 기밀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날인 4일 광주지검 특별수사부(김재구 부장검사)도 삼성전자 핵심기술 유출사건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협력업체가 냉장고 핵심기술을 중국 가전업체에 유출하려 했던 것. 협력업체 대표가 구속됐다.

협력업체 대표는 삼성전자 과장에게 연구개발비 1082억원의 냉장고 핵심파일 2개, 중국 가전업체 고문으로부터 연구개발비 1800억원의 파일 118개 등 총 120건의 기술 파일을 전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에 유출된 기술은 삼성전자에서 만드는 양문형 냉장고의 설계도면, 상품기획 자료 등이다.

협력업체 대표는 이 기술을 중국업체에 넘기고 24억원을 받기로 기술자문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 협력사 관여…"뚜렷한 예방법 없다"

두 사건에는 모두 삼성전자의 협력사가 관여돼 있다. 협력업체, 특히 해외 장비·부품 업체는 사실상 산업보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태다.

제조사가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생산하려면 협력업체와의 협업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반도체 산업을 예로 들면 삼성전자 등 반도체 제조사는 제조에 필요한 장비, 핵심 부품 등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개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 사업 역량을 한곳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전문적으로 장비·부품을 생산해온 협력업체에 개발을 맡기는 것이 기술·비용 등의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협력사에 장비·부품 등의 개발을 맡기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기술 일부가 협력사에 넘어가게 된다. 기술을 알아야 그 기술에 적합한 장비·부품 등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방지할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것에 있다.

기술개발의 속도가 빨라져 가는 상황에서 제조사와 협력업체의 협업은 필수적인 부분이다.

사업의 효율성, 비용적인 측면 등을 고려할 때도 협력업체 없이 제조사가 전체 사업을 일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 시스템적인 부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 프로세스가 마련돼 있다"며 "하지만 협력사를 통해 기술이 유출되는 문제는 의식강화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CEO 특별 메시지를 통해 사내 임직원들에게 강력한 보안의식을 주문했다.

최 사장은 "보안은 기업의 경쟁력 유지는 물론 생사를 결정짓는 요소"라며 "그럼에도 기술 유출 사건이 발생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회사 정보보호와 보안의 중요성을 깊이 자각하자"며 "규정과 프로세스를 준수해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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