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애플 몰락으로 스마트폰 시장 '빅뱅'온다

애플 쇠퇴의 최대 피해자는 삼성전자가 될것
애플 침체로 중국업체들 급부상, 세계시장 호령
  • 등록 2013-02-05 오후 3:02:33

    수정 2013-02-05 오후 3:02:33

[이데일리 류성 산업선임기자] “3년 안에 삼성과 애플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브랜드가 되겠다”.

중국의 간판 스마트폰회사인 화웨이의 리처드 유 CEO가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가스에서 열린 세계최대 가전박람회인 CES에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접수하겠다”며 장담한 말이다.

장담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4분기 1080만대(시장점유율 4.9%)의 스마트폰을 팔아 세계 3위로 부상했다. 전년 동기(570만대)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로 그 속도가 무섭다.

같은 기간 또다른 중국업체인 ZTE도 950만대를 팔아 세계 5위로 등극했다. 여기에 레노버가 블랙베리를 인수하면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16%에 이른다. 지난해 애플의 점유율(19.1%)에 바짝 다가선다.

람몬 라마스 IDC 리서치 매니저는 “중저가 매스마켓에 주력하던 중국업체들이 최근 고가 프리미엄 시장까지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며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 경험(UX) 등을 무기로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005930)와 애플의 양강체제였던 세계 스마트폰시장이 거대한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대지진의 진앙지는 애플이다. 천하무적처럼 보이던 애플이 혁신동력을 잃고 주춤하는 사이 중국업체들이 무섭게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삼성·애플 쌍두마차 체제가 흔들리면서 스마트폰의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이용준 팬택 마케팅본부장(전무)은 “스마트폰 제조업계뿐 아니라 모바일 운영체제(OS), 부품, 서비스 업계에서는 전방위적으로 전략적 제휴 및 인수·합병(M&A)이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 1~2년 사이 중소업체는 몰락하고 메이저 업체 몇 개만 살아남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맞수였던 애플의 쇠퇴는 삼성에게는 역설적이지만 최대위기다. 삼성 관계자는 “애플이 가라앉으면가장 큰 피해는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는 중국 업체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애플과 혁신적 제품으로 경쟁하면서 커왔는데 경쟁자가 사라지면 기존 ‘게임의 법칙’이 바뀌면서 새로운 경쟁구도에 적응해야하는 리스크를 안게 된다는 얘기다.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중국업체들은 중저가 제품을 발판으로 내수는 물론 세계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가격대는 물론 중저가 제품 라인업을 집중적으로 확대해 중국업체들의 공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레노버, 화웨이,ZTE 등 중국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물론 품질도 크게 좋아지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은 중국시장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조사업체 IHS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14.2%로 1년새 5.8%나 감소했다. 애플도 점유율이 10%로 2.1% 뒷걸음질했다. 반면 레노버는 중국시장의 10.4%를 차지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렸다.

애플의 쇠락은 모바일 운영체제(OS) 경쟁구도에도 연쇄적인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구글의 OS인 안드로이드에 대항했던 애플의 iOS가 줄어들면서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OS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OS 시장 점유율은 안드로이드가 68.3%, iOS가 18.8%로 두 OS가 시장의 90% 가까이 차지했다.

삼성전자, LG전자(066570)와 같은 메이저 스마트폰 업체 입장에서는 안드로이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결국 구글의 의도대로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이 MS의 윈도우8이나 리눅스가 주도하는 타이젠 등에 앞으로 힘을 크게 실어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정해식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높은 안드로이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대체재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 타이젠이나 윈도우8, 또는 자체 OS 비중을 빠른 시간내 높여야 사업 위험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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