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매각실패는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게 금융계 안팎의 평가다. 국내 금융지주사는 빠진 채 진행되는 입찰은 애초부터 성사되기 힘든 시나리오였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외환은행 최대주주인 론스타의 고액배당으로 사모펀드에 대한 국민정서가 좋지 않았다. 사모펀드의 속성상 5~10년 뒤면 재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를 무시하고 사모펀드에 우리금융을 넘기면 론스타처럼 먹튀논란을 일으킬게 뻔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
인수자금 조달을 마친 티스톤파트너스가 막판 발을 뺀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티스톤은 먹튀논란을 피하기 위해 인수자금의 70%를 국내에서 조달하겠다고 했으나 국내에서 자금을 끌어모으는 게 여의치 않았다. 민유성 티스톤 회장이 "당국이 계속 매각절차를 진행할지 의문이 든다"고 한 것도 당국으로서도 사모펀드에 부정적인 여론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매각은 최초 입찰제안서를 낸 MBK파트너스·티스톤·보고펀드 가운데 MBK 한 곳만 참여, 유효경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자연스럽게 무산됐다. 유효경쟁이란 2곳 이상이 입찰에 참여해 경쟁을 해야하는 것을 말한다.
남은 관심은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금융 매각을 재추진할 것이냐에 모아진다. 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12조8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회수한 금액은 5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10년간의 이자를 감안하면 회수율을 따지는 게 무색할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희망수량 경쟁입찰(응찰자중 높은 가격을 써낸 순으로 물량을 배정하는 방식)과 블록세일(시간외 대량매매)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당국은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각무산은) '변양호 신드롬'에 빠져 책임회피에 급급했던 공직사회와 표를 의식해 딴지를 건 정치권에 1차적 책임이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임기말과 내년 줄줄이 잡혀있는 정치일정을 생각하면 매각작업이 조속히 재개되기는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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