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 간다했는데"…방음터널 화재로 아내·딸 잃은 60대 가장

  • 등록 2022-12-30 오후 9:12:50

    수정 2022-12-30 오후 9:12:50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지난 29일 발생한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로 숨진 5명의 희생자 중에는 찜질방에 함께 가던 어머니와 딸도 있었다.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부인(61)과 딸(29)을 한꺼번에 잃은 유족 김석종 씨(65)는 “뇌졸중으로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데리고 딸이 찜질방을 자주 찾았다”고 했다.

충남 천안시에서 자동차 관련 일을 하는 김씨는 일 때문에 30년 가까이 부인과 떨어져 주말 부부 생활을 했다. 그럼에도 부인은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고 지난달 경주로 가족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화목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딸이 모처럼 쉬는 날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나들이길에 나섰다 참변을 당한 것이다.

김씨는 “사고를 당한 날에도 둘이 같이 찜질방에 가던 길이었다”며 “사고 전날에도 ‘밥 먹었느냐’고 전화로 안부를 나눴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29일 오후 1시 49분께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5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쳤다.

불은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 12분께 완전히 꺼졌지만, 총 길이 830m의 방음터널 중 600m 구간이 불에 탔다. 이 일대를 지나던 차량 45대도 소실된 상태다.

이번 화재와 관련해 방음터널의 안전성에 관한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방음터널은 주택가 인근 고속도로 소음 방지를 위해 설치가 늘고 있지만, 관련법상 시설물 안전점검 대상에서 빠져 관리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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