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이 '스토킹 전과자'…채용 과정서 못 거른다

기업 채용 심사로는 스토킹 전과자 ''제약없이 취업''
해외여행 결격사유로 범죄자 걸러내지만 느슨한 조건
''지원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 비칠까봐 범죄조회 부담
입사 후 인지하더라도 해고 어렵다는 게 중론
  • 등록 2022-09-22 오후 2:54:01

    수정 2022-09-22 오후 2:54:01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스토킹 전과자 채용을 기업이 사전에 걸러내기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모든 기업이 전과자 채용을 공통으로 피하려고 하지만, 사회악으로까지 떠오른 스토킹 범죄자를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데 대해 우려가 커진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31)이 지난 2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출감된 뒤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22일 채용 시장에 따르면, 사기업에서 스토킹 전과자를 사전에 거르기는 사실상 어렵고 사후에 인지하더라도 조처하기가 마땅찮다고 한다.

사전에 거를 사실상 최선의 방법은 ‘병역필 혹은 면제자로서 해외 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사람’이라는 채용 조건 정도이다. 여기서 핵심은 ‘병역필 혹은 면제자’가 아니라 ‘해외 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이다. 여권이 제대로 발급되는지를 보려는 것이다.

여권법상 여권 발급 혹은 재발급 거부 사유는 크게 세 가지다. △장기 2년 이상 형(刑)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 △장기 3년 이상 형에 해당하는 죄로 기소중지 또는 수사중지 △ 체포영장ㆍ구속영장이 발부돼 국외 체류 등이다.

스토킹 처벌법은 3년 혹은 5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하므로 여기에 적용해 거를 수 있다. 이 조항은 기업이 재판을 받거나 앞으로 받을지 모를 지원자를 사전에 거르려고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형이 확정됐으면 이 조항으로 거르기 어려울 수 있다. 징역 형 집행이 유예된 상태도 해외 출국은 가능하니 이 조항을 피해 간다. 아직은 스토킹처벌법 도입(지난해 10월)이 1년도 안 돼 적용 사례가 적을 테지만, 언젠가는 현실이 된다.

이런 이유에서 일부 기업에서는 범죄·수사 경력조회서를 요구한다. 그러나 일부 기업과 직군에 한정돼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일괄적으로 요구하지 않는 것은 비용 문제도 있거니와, 지원자에 대한 불신으로 비치는 게 부담인 탓이다. 지원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몰면 지원율이 떨어져 채용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

입사 후에 스토킹 전과 사실이 드러난 직원을 기업에서 조처하기란 마찬가지로 어려울 수 있다. 채용 자체를 취소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과 사실을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밝히지 않은 것을 허위 사실로 볼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선택적이고 소극적인 자기 어필이 잘못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채용하면 해고는 요건이 엄격하다. 해직 사유에 해당하려면 통상 ‘(입사 이후) 금고 이상 형 확정’, ‘업무 거부’, ‘질병·상해로 업무 불가’ 등 제한적이다. 품위유지 위반 등을 들더라도 범죄 전력 직원을 징계나 해고하기 여의찮다고 한다.

이력서를 보고 감별하는 것이 차선이다. 예컨대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더라면 발생하는 이력과 경력 공백을 심사 과정에서 따져보는 것이다. 그러나 징역형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경우라면 이마저도 인지하기 어렵다.

공직과 공공기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공무원법은 형사처벌 전력을 임용 결격사유로 정해뒀지만 (아동) 성범죄 정도를 특정할 뿐이지 스토킹처벌법은 제외돼 있다.

채용 업무를 맡아본 대기업 관계자는 “범죄 전력을 조회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채용 전에 전과를 확인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입사 후에 알더라도 그전에 일어난 일을 문제 삼으면 기업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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