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중국 ZTE가 오는 25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전시회 ‘MWC 2013’에서 세계 최초로 파이어폭스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 OS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OS 시장에서 구글의 영향력이 커지면 제조업계의 리스크가 그만큼 높아진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대가로 로열티를 지급하는데 안드로이드 OS의 사용층이 확대될수록 구글의 가격협상력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계에 내뿜는 구글의 입김이 더 세진다는 얘기다. 애플이 양강 체제를 형성해왔지만 최근 들어 그 격차는 날로 벌어지는 추세다. 스마트폰 제조업계에 구글 경고등이 켜진 이유다.
| 전세계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점유율 추이. S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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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게 제조업계의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S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세계 OS 시장에서 구글 안드로이드는 70.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세계 스마트폰 10대 가운데 7대는 안드로이드 기반이라는 얘기다. 전년동기 대비 무려 18.8%포인트나 증가했다. 반면 구글 안드로이드의 독주를 견제할 거의 유일한 대항마인 애플은 뒷걸음질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애플 iOS의 점유율은 22%로 전년 동기(23.6%)에 비해 1.6%포인트 하락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생긴 결과다. 두 OS 외에 윈도폰8, 심비안, 블랙베리, 바다 등의 영향력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IT업계는 OS 놀음이라는 얘기가 있다. PC 시절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으며, 모바일 시대에 들어선 구글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전반적인 사용자경험(UX)과 디자인을 결정하는 OS 업체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애플을 제외한 삼성전자 등 대다수 제조업체들은 구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애플의 정체로 제조업계가 느끼는 위기의식은 최근 부쩍 높아졌다. 국내 업계 고위임원은 “겉으론 잠잠해 보이지만 구글의 시장잠식은 최대 위기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파는 업체인 삼성전자도 구글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전자부품은 자체 조달이 가능하지만, 핵심 소프트웨어인 OS 경쟁력은 떨어진다. 삼성전자가 자체 OS에 눈을 돌리고, 갤럭시 외에 윈도폰8 기반의 스마트폰 ‘아티브’를 출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허소송을 통해 혈투를 벌이는 애플이 정체되자 구글 영향력이 커지면서 동시에 삼성전자의 위험도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이 같은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그렇다고 제조업체가 OS를 다변화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구글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가 점차 굳어지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이에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 윈도폰이나 바다를 탑재하고 싶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운 이유다. 탑재한다고 하더라도 서브 브랜드 수준에 머무는 실정이다.
직접 OS를 만드는 것은 더 어렵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부터 독자적인 OS 바다를 론칭했지만 3년 넘게 지난 지금도 영역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장기적인 목표는 스마트폰·태블릿PC에 스마트TV까지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 고리는 구글이 아닌 자체 OS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선두업체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따라잡았던 것에 비해 그 행보는 매우 더디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지 않으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