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삼성이 바이오·제약을 미래 성장동력을 키운다는데 기존 주력 사업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메이저 제약회사를 겨냥하기보다 특화된 분야에서 틈새시장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홍성한 비씨월드제약 대표는 국내에 일고 있는 바이오 붐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향후 성장 가능성에는 동의하지만 세밀한 전략 없이 무분별하게 시장에 진입하거나 투자 확대에 나설 경우 실패 확률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혁신형제약기업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정부와 손발을 맞춰 바이오·제약 산업의 육성 로드맵을 짜야 할 단체 수장으로 대형사가 아닌 중견 제약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선임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비씨월드제약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을 인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홍 대표는 “정부와 업계, 학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전략을 엉뚱하게 잘못 짜면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는 커녕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간 매출액이 200조원 이상인 삼성이 스마트폰이나 가전을 바이오나 제약으로 대체하려면 왓슨이나 화이자 같은 기업이 돼야 하는데 가능하겠느냐”며 “메이저 제약기업들의 관심 밖이면서 시장성이 있는 니치마켓을 노리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의대나 약대별로 화학, 미생물 등 특화된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며 “다양한 방식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해 작은 시장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을 키워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홍 대표는 주주와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기업을 일구겠다는 자신만의 경영 철학도 소개했다. 비씨월드제약은 지난 2014년 12월 코스닥에 입성한 상장사다. 홍 대표는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기업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며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기관투자가 대상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는데 독일 AET와 미국 에이콘과의 계약 내용에 큰 관심을 표하며 투자 의사를 밝힌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는 공장 신설 등 비용 투자가 많아 올해 초 배당을 하지 못했는데 내년부터는 배당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 대표는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도 드러냈다. 그는 “돈을 벌고 싶은 목적이었다면 제약회사 전문경영인으로 남았을 것”이라며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고 업계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