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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베트남 현지법인을 연내 5위권 내 증권사로 키우겠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베트남 현지 증권사를 인수한 지 5년여 만에 10위권에 진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베트남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까지 진출해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0년 70위권에 있던 베트남 현지 증권사 ‘EPS’를 인수(지분 49%)해 ‘KIS 베트남’을 설립했다. 이후 증자를 통해 경영권(92.3%)을 확보했으며 5년 만인 지난해 4분기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호찌민과 하노이 거래소에서 각각 8위, 4위를 달성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뿐 아니라 외국계 증권사 중 1위다. 성장하는 베트남시장에 한투증권이 발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던 건 2000년대 초반부터 베트남을 향한 유 사장의 관심이 컸기에 가능했다. 그는 “1990년대 영국에서 근무하며 외국인투자자들이 당시 성장하던 이머징마켓인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돈을 버는지 지켜봤다”며 “우리는 이를 어디서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 2000년에 주식시장을 개설한 베트남이 보였다”고 회상했다. 누구도 베트남을 주목하지 않을 때였다.
유 사장은 “철저한 현지인 중심의 영업전략과 해당 국가의 법을 위반하지 않는 것이 해외 사업의 핵심”이라며 “지금은 개인 브로커리지 업무에 국한돼 있지만 국영기업 기업공개(IPO)나 현지기업 인수합병(M&A) 자문 등으로 업무를 확대해 베트남의 대형 종합증권사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을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만든 후 같은 방법으로 다른 이머징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그의 다음 목표지역은 인도네시아다.
국내 투자자들의 베트남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베트남은 성장하는 만큼 성과를 공유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시기라 달러가 강해지면 이머징마켓 통화가 다 같이 약세로 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하더라도 전체 포트폴리오 중 일부만 조심스럽게 담으라는 설명이다.
현대증권 인수 참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후 마지막 대형 증권사인 현대증권 인수에 뛰어들었다. 지주회사인 한국금융지주(071050)는 지난 12일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뒤 실사에 돌입한 상태다. 유 사장은 “실사를 해 봐야 알기 때문에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며 “현대증권의 리테일 고객층이 좋아 실사 후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