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한투證 사장 "연내 베트남 톱5 증권사 되겠다"

베트남 현지법인 인수 5년 만에 70위→7위권 '껑충'
"장기적으로 좋은 투자지역…다음은 인도네시아"
"ISA 투자대상 ELS·해외펀드 정도…日·英과는 달라"
  • 등록 2016-02-23 오후 12:00:00

    수정 2016-02-23 오후 3:01:09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지난 19일 베트남 하노이 국가증권위원회(SSC)에서 부 방(Vu Bang)위원장과 만나 베트남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하노이(베트남)=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베트남 현지법인을 연내 5위권 내 증권사로 키우겠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베트남 현지 증권사를 인수한 지 5년여 만에 10위권에 진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베트남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까지 진출해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0년 70위권에 있던 베트남 현지 증권사 ‘EPS’를 인수(지분 49%)해 ‘KIS 베트남’을 설립했다. 이후 증자를 통해 경영권(92.3%)을 확보했으며 5년 만인 지난해 4분기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호찌민과 하노이 거래소에서 각각 8위, 4위를 달성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뿐 아니라 외국계 증권사 중 1위다. 성장하는 베트남시장에 한투증권이 발 빠르게 정착할 수 있었던 건 2000년대 초반부터 베트남을 향한 유 사장의 관심이 컸기에 가능했다. 그는 “1990년대 영국에서 근무하며 외국인투자자들이 당시 성장하던 이머징마켓인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돈을 버는지 지켜봤다”며 “우리는 이를 어디서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 2000년에 주식시장을 개설한 베트남이 보였다”고 회상했다. 누구도 베트남을 주목하지 않을 때였다.

이후 차근차근 베트남 시장을 공략했다. 2007년 국내 최초로 베트남 펀드를 만들었고 2008년 현지사무소 개소에 이어 2010년 현지법인을 인수했다. 2005년부터 인연을 맺어 온 부 방(Vu Bang·사진) 하노이 국가증권위원회(SSC) 부위원장은 10년이 지난 지금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꾸준한 신뢰를 형성해온 덕에 베트남 정부가 예외적으로 외국인투자지분 한도 증자를 승인해줘 완전한 경영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유 사장은 “철저한 현지인 중심의 영업전략과 해당 국가의 법을 위반하지 않는 것이 해외 사업의 핵심”이라며 “지금은 개인 브로커리지 업무에 국한돼 있지만 국영기업 기업공개(IPO)나 현지기업 인수합병(M&A) 자문 등으로 업무를 확대해 베트남의 대형 종합증권사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을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만든 후 같은 방법으로 다른 이머징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그의 다음 목표지역은 인도네시아다.

국내 투자자들의 베트남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베트남은 성장하는 만큼 성과를 공유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시기라 달러가 강해지면 이머징마켓 통화가 다 같이 약세로 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하더라도 전체 포트폴리오 중 일부만 조심스럽게 담으라는 설명이다.

최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를 기초지수로 한 ELS의 대거 녹인 사태에 대해서는 “증권사 자체 헤지물량이 많아 손실이 불가피하다”면서도 “건전성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불완전 판매 및 원금 손실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증권사에 오는 고객 대부분은 위험성을 아는 고객들”이라며 “아직 손실이 확정된 것이 아닌데다 고객 상당수가 이미 ELS 가입으로 이익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인수 참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후 마지막 대형 증권사인 현대증권 인수에 뛰어들었다. 지주회사인 한국금융지주(071050)는 지난 12일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뒤 실사에 돌입한 상태다. 유 사장은 “실사를 해 봐야 알기 때문에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며 “현대증권의 리테일 고객층이 좋아 실사 후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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