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으름장에…` 증권사 ISA 판매목표 줄줄이 축소

신한·NH, 4분의 1 수준으로 낮춰 '몸사리기'
불완전판매 우려 고조, 과도한 마케팅 지양
"휴직 말고 ISA 팔아라" 영업일선 부담 여전
  • 등록 2016-03-09 오후 12:15:00

    수정 2016-03-09 오후 1:35:30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에 발맞춰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준비하던 대형 증권사들이 계좌 유치 목표 할당을 줄줄이 낮추며 몸을 사리고 있다. 과당경쟁에 따른 불완전판매를 우려하는 금융당국의 경고와 노동조합 반발 등을 의식한 조치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055550)투자는 당초 ISA 계좌 10만개 유치를 목표로 세웠지만 최근 이를 2만5000개로 하향 조정했다. 직원들에게 할당된 물량이 과도하다는 내부 의견을 반영해 4분의 1 수준으로 목표치를 낮춘 것.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ISA뿐 아니라 비과세 해외펀드 등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들이 다수 출시되면서 특정 상품에 집중하는 것보다 고객들이 절세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상품을 추천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와 동일한 10만개 유치에 나섰던 NH투자증권(005940)도 목표치를 2만~3만개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NH투자증권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제시한 할당량을 채우려면 각 지점 영업직원들이 4월까지 ISA 계좌만 개설하고 있어야 할 판”이라며 “목표치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 현대증권(003450) 등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3만개 정도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무리한 판촉 활동은 지양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ISA 관련 불완전판매를 엄단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잇따라 던지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과 업계가 공동 참여하는 ISA 준비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불완전판매 혐의가 있을 경우 즉각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각 증권사의 ISA 담당자들을 불러 출시 준비 과정과 프로모션 내용 등을 확인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자산을 불려 주자는 좋은 의도로 기획된 상품인 만큼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견제와 증권사들의 몸사리기에도 일선 영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압박감은 상당한 모습이다. 한 증권사 직원은 “일부 지점에서는 지점장들이 ISA 판매 실적 관리를 위해 직원들의 휴직 신청을 반려하는 사례까지 나올 정도”라며 “가뜩이나 경쟁이 심한데 금융당국의 ISA 상품 심사 강화로 투자 모델 포트폴리오(MP)도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아 영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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