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미샤의 오만과 편견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에이블씨엔씨(078520) 서영필 대표님.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메트로가 53개 미샤 매장을 철수하기로 했다는 보도에 대해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셨더군요(페이스북에 52개라고 쓰셨던데 53개입니다). 서대표께서는 미샤가 메트로에 입점할 당시 온비드 공모지침에 2년 연장이 명시돼 있으며 계약서에도 2년 연장이 적시돼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서울메트로가 어처구니 없는 사실을 기자에게 말했다면 메트로가 책임을, 기자가 허위사실을 적었다면 기자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페이스북은 개인의 사적인 공간이어서 서대표께서 올린 글에 대응하는 게 옳은 지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서대표께서 페이스북을 고객 소통과,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창구로 활용하고 계시다는 점을 감안해 이렇게 답을 올립니다.

서대표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을 서울메트로측에 알려주니 황당해 하더군요. “계약연장에 대한 권리는 에이블씨엔씨가 아닌 서울메트로에 있다. 우리가 2년 연장해줘야 할 의무는 없다”가 서울메트로측 답변입니다. 서대표께서 언급하신 공모지침서에도 ‘계약 제반사항을 성실히 이행한 경우 2년간 갱신계약이 ‘가능’하다’고 명기돼 있습니다. 서울메트로에서는 계약연장을 거부할 경우 에이블씨엔씨가 소송을 걸어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귀띔해 주더군요.

공모지침서에 보면 ‘2007년 1월 계약건부터 동일역 동일 업종제한 폐지’라는 단서조항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동일역에 동일업종 타브랜드 입점을 제한한다’는 특약 조항이 추가돼 특혜 논란이 일었던 것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서울메트로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라 지하철 상가에 입점하려는 업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경쟁업체가 인근에 입점할 경우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에이블씨엔씨가 독점권을 요구해 담당직원이 자의적으로 편의를 봐준 것”이라고 설명하더군요.

서울메트로는 특약조항만 삭제하고 2년간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로 계속 잡음이 일자 계약을 종료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합니다.

서대표님 페이스북을 살펴보니 기자들이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안하고 기사를 쓴다고 지적한 글이 여럿 눈에 띄더군요. 계약연장 여부는 서울메트로에 확인해보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서대표께서 몰랐다고 해서 허위사실이거나 날조된 거짓말은 아닙니다.

자신이 항상 옳다는 오만과,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는 악의적으로 쓴 오보라는 편견을 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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