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文-安 결별, 87년 YS-DJ 재현하나

'화성 재인, 금성 철수' 동거 1년 9개월 만에 각자 살림
야권 총선 앞두고 최대 위기…지금부터 정치력 더 절실
  • 등록 2015-12-13 오후 5:48:48

    수정 2015-12-13 오후 5:48:48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결별하면서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청산했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가겠다”던 안 전 대표와, 호랑이 굴의 호랑이였던 문 대표가 ‘한 이불’을 덥지 못한 건 어찌 보면 필연적으로도 보인다.

두 사람은 같은 당에 있었지만 달라도 너무 달랐다. 베스트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 빗대 ‘화성 재인, 금성 철수’란 말이 당 안팎에서 꾸준히 회자되기도 했다.

두 사람 곁에 있는 주변 사람들만 봐도 결별이 예고됐다는 뒤늦은 분석도 나온다. 친노를 중심으로 하는 86그룹(60년대생 80년대 학번 운동권 세대)과 비노 및 호남 세력 간의 갈등은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때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뿌리가 깊다.

2012년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쌓인 양측의 앙금과 불신도 ‘건너서는 안 되는 강’을 건너게 한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최근 지도체제 논란에서 당시 단일화 정국이 떠오른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어찌 됐든 야권은 지금 최대의 위기다. 내년 20대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단일대오’를 형성한 여권에 비해 야권은 사분오열됐다.

지난달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남긴 ‘통합과 화합’이란 유훈은 우리 사회에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극단적인 대립과 대결의 정치에서 벗어나 ‘정치의 복원’이 절실하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는 대목이었다.

YS와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평생에 걸친 맞수였지만 민주화를 향한 염원만은 같았다. YS와 DJ가 힘을 합쳐 만든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냈다.

야권에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이다. 지금 이대로 가다간 불을 보듯 뻔하다. 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YS와 DJ는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결국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에게 대통령직을 넘겨줬다.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 간의 반목은 야권의 실패로 직결된다. 내년 총선에서 분열된 야권이 참패하면 정부여당의 독주가 심해져 오히려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강한 야당이 있어야 정부여당과의 타협의 정치도, 정치의 복원도 가능하다. 결국 안철수는 떠나고 문재인만 남았지만 두 사람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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