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의 리처드 유 CEO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접수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지난달 8일 열린 세계최대 가전박람회인 미국 CES에서다.
불가능할 것으로만 보였던 그의 목표는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1080만대(시장점유율 4.9%)를 판매해 세계 스마트폰 3위 업체로 우뚝 올라섰다. 판매량이 전년 동기(570만대) 대비 89.5%나 늘어났다. 시장 성장율(36.4%)보다 2.5배나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또다른 중국업체인 ZTE도 950만대(시장점유율 4.3%)를 팔아 세계 스마트폰 업계 5위로 등극했다. 여기에 중국업체 레노버가 추진 중인 블랙베리 인수를 마무리할 경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16%에 육박한다. 지난해 애플 시장점유율(19.1%)에 근접하는 비중이다.
람몬 라마스 IDC 리서치 매니저는 “ 중국업체인 화웨이와 ZTE가 상위 5개 스마트폰 벤더에 등극한 사실은 글로벌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저가 매스마켓에 집중하던 중국업체들이 최근 고가 프리미엄 시장까지 집중 공략하고 있다”며 “혁신적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 경험(UX) 등으로 시장점유율을 급격히 키워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005930)와 애플 양강체제로 유지되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대지각 변동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지진의 발원지는 애플이다. 천하무적일것 같던 애플이 혁신 동력을 잃고 주춤하는 사이 중국업체들이 무섭게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최대 경쟁자였던 애플의 쇠퇴는 삼성에게 역설적이게도 최대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애플이 내리막길을 걷게 되면 최대 피해는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는 중국 업체들이 각각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내부 고민을 토로했다.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원장은 “중국업체들은 중저가 가격 경쟁력을 발판삼아 내수는 물론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가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중국업체들이 급성장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프리미엄 가격대는 물론 중저가 제품 라인업을 집중 확대하는 대응책이 시급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중국내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8600만대. 이 세계최대 시장을 놓고 현재 1백여개가 넘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애플의 쇠락은 모바일 운영체제(OS) 경쟁구도에도 연쇄적인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그나마 구글의 OS인 안드로이드에 대적했던 애플의 iOS가 줄어들면서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OS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OS 시장 점유율은 안드로이드가 68.3%, iOS가 18.8%로 두 OS가 시장의 90% 가까이 차지했다.
삼성전자, LG전자(066570)와 같은 메이저 스마트폰 업체 입장에서는 안드로이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결국 구글의 의도대로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업계 전문가들이 제조업체마다 MS의 윈도우8이나 리눅스 주도인 타이젠 등에 앞으로 힘을 크게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정해식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높은 안드로이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대체재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 타이젠이나 윈도우8, 또는 자체 OS 비중을 빠른 시간내 높여야 사업 위험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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