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피살되면 대통령 죽여라" 필리핀 부통령의 폭탄발언, 무슨 일?

필리핀 여권 내 갈등 격화
  • 등록 2024-11-25 오후 12:09:38

    수정 2024-11-25 오후 12:09:38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필리핀에서 여권 내 다툼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부통령이 유사시 대통령을 암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세라 두테르테 필리핀 부통령. (사진=A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은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향한 암살 위협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처럼 밝혔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내 경호 팀원 한 명에게 내가 살해당하면 BBM(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이니셜), 리자 아라네타(영부인), 마틴 로무알데스(하원의장)를 죽이라고 지시했다”며 “(이는) 농담이 아니다. 그들을 죽일 때까지 멈추지 말라고 했고, 경호원은 ‘알았다’고 답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통령의 폭탄 발언에 대통령실은 “부통령의 위협이 대중 앞에서 뻔뻔스럽게 표현된 것을 국가 안보 문제로 간주한다”며 경호실에 보안 강화를 지시했다. 경찰청 역시 즉각 수사에 나섰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딸이다. 필리핀에서는 현 대통령인 마르코스 가문과 전임 대통령인 두테르테 가문이 정계 서열 1, 2위를 다툰다. 두 가문은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정치 동맹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동맹이 최근 붕괴되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필리핀 하원은 두테르테 부통령의 예산 유용 혐의를 조사하고 있고, 마르코스 대통령 사촌인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은 부통령실의 예산을 3분의 2가량 삭감했다.

또 마르코스 현 대통령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과 대립하며 친미 노선을 택했는데,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친중 성향이었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개헌 추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민다나오섬 독립 주장 등도 두 가문의 갈등을 증폭시켰다.

한편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2025년 중간선거에서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인 남부 민다나오섬 다바오시 시장 출마를 통해 정계 복귀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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