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슈퍼사이클' 탄 SK하이닉스 "올해 HBM매출 300%증가"(종합)

2분기 영업익 6년 만에 5조원 돌파…분기 최대 매출 기록
HBM 공급과잉 우려 낮아…'투자 증가=제품주문 증가'
내년 상반기 HBM3E 12단 공급이 8단보다 많을 것
  • 등록 2024-07-25 오후 12:06:02

    수정 2024-07-25 오후 1:12:14

[이데일리 김소연 조민정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6년 만에 영업이익이 5조원대를 넘어섰다. 매출 역시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크게 뛰어넘은 16조원대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효과에 따라 호실적을 기록했다. 아울러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고성능·고용량 낸드 수요가 늘고, D램 제품의 전반적인 가격 상승세가 이익에 기여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주도권을 계속 가져가기 위한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HBM 투자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 일축하며 AI 메모리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는 올해 4분기에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하면서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 매출이 전년 대비 30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 이천본사. (사진=연합뉴스)
HBM 날개 단 SK하이닉스, 역대급 분기 매출 실적

25일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조 468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지난 1분기(2조 8860억원)와 비교하면 89% 증가한 수치다. 2분기 매출액은 16조 42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5% 뛰었다. 1분기(12조 4296억원) 대비로는 32% 증가했다. 순이익은 4조 120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기존 기록인 2022년 2분기 13조 8110억 원을 크게 뛰어넘었다. 영업이익 역시 크게 늘어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2분기(5조 5739억 원), 3분기(6조 4724억 원) 이후 6년 만에 5조원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번 호실적의 배경에는 AI 메모리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이어지며 고부가 제품인 HBM, eSSD 등이 이익 개선에 기여했다.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고 재고 수준이 개선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 eSSD 등 AI 메모리 수요 강세와 함께 D램과 낸드 제품 전반적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며 1분기 대비 매출이 32% 증가했다”며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고 환율 효과도 더해지면서 2분기 영업이익률은 전분기보다 10%포인트 상승한 33%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D램에서는 회사가 지난 3월부터 양산에 들어가 공급을 본격화한 HBM3E와 서버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비중이 확대됐다. 특히 HBM 매출은 전분기 대비 8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증가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낸드는 eSSD와 모바일용 제품 위주로 판매가 확대했고, 특히 eSSD는 1분기보다 매출이 약 50%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회사는 지난해 4분기부터 낸드 제품 전반에 걸쳐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세가 지속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AI 슈퍼 사이클 왔다…“HBM 주도권 계속 가져갈 것”

SK하이닉스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HBM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지키기 위한 계획을 밝혔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 공급해왔다. 지난 3월에는 메모리 업체 중 최초로 5세대 HBM인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6세대인 HBM4는 내년 하반기에 12단 제품부터 출하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여기에 어드밴스드 MR MUF 기술을 적용해 양산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주요 고객에게 샘플을 제공한 HBM3E 12단 제품을 3분기 내 양산해 계획대로 4분기에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HBM3E의 출하량이 올해 SK하이닉스 전체 HBM 출하량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올해 HBM 매출이 지난해 보다 300%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내년 HBM 출하량은 올해 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HBM3E 12단의 공급량이 8단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HBM2E부터 HBM3E 12단까지 모든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갖춰 HBM 주도권을 계속 가져가겠단 복안이다.

자료=SK하이닉스
회사는 HBM 관련한 투자 확대에 따른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없다고 판단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투자 증가는 곧 공급 과잉이라는 단순 논리로 접근하기에 무리가 있다”며 “HBM의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성 등을 고려하면 투자가 증가해도 비트 증가는 제한적이다. 생산 증가 제약은 HBM 세대가 업그레이드될수록 가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투자와 생산은 일반 D램과는 시장 구조와 확연하게 다른 HBM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HBM은 1년 이상 고객 계약 물량을 기반으로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투자 증가는 곧 제품 주문량의 증가를 의미한다”며 “향후 다양한 응용처에서 AI 기술이 적용되면 PIM(프로세싱인메모리) 등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모리 산업이 소품종 대량생산 구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로 변화하면서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공급하는 주문형 산업으로 진화할 것이란 판단이다.

회사는 일반 D램 생산을 위한 가용 생산능력(CAPA)은 지난해 감산 이후 줄어든 수준을 유지한 채 급성장하는 HBM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년에는 업계의 투자 증가로 전체 캐파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당 부분이 HBM 생산 확대를 위해 활용될 것”이라며 “내년에 당사 캐파 대부분이 협의를 완료했고, 올해 대비 2배 이상의 (HBM) 출하량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투자 규모는 과거 평균 대비 늘어날 것으로 봤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얼마 전 착공한 청주 M15X를 내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로 건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현재 부지 공사가 한창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번째 팹을 예정대로 내년 3월 착공해 2027년 5월 준공할 계획이다. 올해 자본지출(CAPEX)은 연초 계획보다 늘어날 수 있겠으나 영업현금흐름 범위 내에서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김우현 부사장(CFO)은 “수익성 중심 투자 기조에 따라 2분기 동안 필수 투자를 진행하면서도 회사는 1분기 대비 4조 3000억 원 규모의 차입금을 줄일 수 있었다”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최선단 공정 기술과 고성능 제품 개발에 매진해 AI 메모리 선도기업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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