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지고 가까워진 촛불…전국 232만 "즉각퇴진" 함성(종합2)

6차 촛불집회 서울 170만명·전국 232만명 운집
박 대통령·여당, 내년 4월 퇴진 추진에 분노한 민심 결집
새누리당 당사·청와대 100m 첫 집회 '즉각 퇴진하라'
연행자 '0'·충돌없는 평화집회 이어가
  • 등록 2016-12-03 오후 10:00:39

    수정 2016-12-03 오후 10:00:39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제6차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데일리 사건팀] ] 촛불이 전국을 밝혔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만 170만명, 전국 232만명이 운집했다. 지난주 5차 촛불집회때보다 40만명이 늘어난 규모다.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집회에 오후 9시 30분 기준 주최 측 추산 170만명이 운집했다. 전국적으로는 부산, 광주, 대구 등 각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가 열리면서 지역에서도 62만명이 촛불을 들었다. 경찰은 오후 8시 10분 기준으로 서울 외 지역에서는 67곳에 순간 최다인원 10만40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날 집회 참여 인원은 역대 최대였던 지난달 26일 5차 촛불집회 당시 전국 190만명을 넘어선 규모다.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반성 없는 3차 담화와 이후 탄핵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정쟁에 성난 민심이 사상 최대 촛불로 번졌다는 분석이다.

‘조기퇴진’이 아닌 ‘즉각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청와대 100m 앞까지 진출했다. 법원이 사상 처음으로 제한적으로나마 청와대 외벽 100미터 인근까지의 행진을 허용했다. 청와대 100미터 앞 행진에 참여한 일부 시민들은 법원이 허가한 행진 시간이후에도 철수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이따금씩 시민과 경찰 사이 언쟁이 오가기도 했지만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서·청와대 100m서 첫 항의집회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의 본 집회에 앞서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대통령의 즉각 퇴진 및 새누리당 해체’를 촉구하는 사전 집회가 열렸다. 촛불집회가 한달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여당 당사 앞에서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과 박 대통령 규탄집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주최 측 추산 2만명(경찰 추산 1500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참가자들은 “새누리당이 국정 수습은 커녕 박근혜 정권의 시간벌기에 일조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즉각적인 하야를 사실상 거부한데 이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부인한데 따른 분노가 촛불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표결 방침을 거부하고 ‘내년 4월 퇴진 및 6월 조기 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전남 광주에서 아내와 아들 3명을 데리고 온 자영업자 최재홍(52)씨는 “석달이나 흘렀는데도 사태가 해결되기는커녕 정치권이 박 대통령을 감싸기에 급급해 화가 난다. 집권 여당이 각성하고 탄핵안 통과에 협조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4시부터는 50만명의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청운동길과 효자동길, 삼청동길 등 세방향으로 나뉘어 청와대 바로 100m앞까지 행진을 벌였다. 시위대는 청와대가 가까이 보이는 효자치안센터 앞 등에서 “박근혜는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함성을 질렀다.

이날 청와대 100m 접근은 법원의 결정 때문에 가능했다. 법원은 그동안 주말 집회에서 행진 가능한 청와대까지의 거리를 1㎞에서 400m, 200m로 단축한 데 이어 이날은 낮시간대를 조건으로 100m 거리까지 허용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제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청와대 100m 앞 지점인 서울 청운동사무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광화문광장서·온라인서도 ‘즉각 퇴진’ 한 목소리

오후 6시 촛불로 물든 광화문광장에서의 본 집회에서도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본집회 무대 위에 오른 경기도 평택에서 온 김별이(18·여) 학생은 “우리 모두는 박 대통령이 명예롭게 내려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만이 정의이고 질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에서도 국민의 의견은 확인됐다. 퇴진행동이 이날 공개한 ‘모바일 국민투표’ 결과를 보면 오후 6시 30분 기준 참여인원 15만8021명의 99.6%가 ‘박근혜 즉각퇴진’에 찬성했다. ‘4월 퇴진’에 대한 찬성률은 0.4%에 그쳤다. 대통령과 국회가 퇴진시기를 확정하지 못하자 일반 시민이 직접 시기를 정해주자는 취지로 실시한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박 대통의 탄핵을 청원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인 ‘박근핵닷컴’(parkgeunhack.com)에서는 개설 하루만인 이날 오후 8시 35분 기준 총 44만5000여건의 청원이 발송됐다.

오후 7시 정각에는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일시에 촛불을 끄는 소등행사를 벌였다. 시민들은 이후 다시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하며 “지금 당장 퇴진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촛불이 아닌 횃불을 들고 행진에 참여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 대비해 258개 중대 총 2만여명의 경비병력을 청와대 인근과 광화문 일대에 배치했다. 이날 오후 9시 현재 경찰에 연행된 시위 참가자는 없다.

한편 이날 대통령 퇴진을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도 진행됐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대연합’ 소속 회원 3만명(주최 측 추산)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광화문에 26만명 밖에 모이지 않았는데 190만명 모였다는 것은 대한민국 언론의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6차 촛불집회 참여자와 보수단체 회원 간의 충돌은 없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주최한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산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새누리당기를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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