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가영(가명 22. 여)씨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며 안과전문병원 진료실을 찾았다. 박씨는 전날 저녁 친구들과 술을 좀 과하게 마신 뒤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옆에 있는 음료를 종이컵에 따라 반 컵 정도를 마신 뒤 시력이 떨어지고 불빛이 번져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 안과의원과 종합병원을 거쳐 안과전문병원을 찾은 것이었다.
박씨가 이온음료인줄 알고 마신 것은 실은 메탄올이 들어 있는 자동차 워셔액이었다. 박씨가 이 병원을 찾았을 때 한쪽 눈은 빛을 겨우 감지할 수 있는 정도였고, 다른 쪽 눈은 손가락 숫자를 구별할 수 있는 정도였다. 메탄올 중독으로 인한 시신경병증으로 진단된 박씨는 며칠 동안 병원에 입원해 집중적인 스테로이드 주사치료를 받았고 다행히 시신경에 손상을 남겼지만 시력 일부는 보존할 수 있었다.
◇워셔액의 메탄올 성분, 실명 유발할 수 있어
메틸알코올로도 불리는 메탄올은 전세계적으로 로켓연료, 광택제, 워셔액 등으로 널리 쓰이는 화학물질이다. 메탄올은 소량의 섭취만으로도 중추신경계를 파괴할 수 있으며 영구적인 신경 장애나 돌이킬 수 없는 실명을 초래하는 매우 유독한 물질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워셔액은 대부분 메탄올 성분이 25~50% 정도 차지하고 있다. 메탄올은 인체에 매우 유해한 성분으로 작동 시 차량 안으로도 워셔액이 유입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메탄올은 워셔액이 차량 안에 유입될 때뿐만 아니라 실수로 마시거나, 작업 중 몸에 유입되어 실명까지도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김응수 교수는 “실수로 워셔액을 마시거나 작업 중 메탄올 노출로 시력 저하나 실명을 겪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며 “차량 안으로 유입되는 워셔액은 적은 양의 메탄올이라도 어린아이에게는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워셔액을 집안에 함부로 둘 경우 아이들이 음료로 오인하고 마실 수도 있으므로 이 성분이 함유된 제품들은 아이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불법주류로 인한 메탄올 중독 많아
세계보건기구(WHO)의 2014년 발표자료에 따르면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혈중에 축적된 메탄올 농도가 500mg/L 이상이면 심각한 독성을 유발하고 1,500~2,000 mg/L에 이르면 죽음까지도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캄보디아, 체코, 인도, 노르웨이, 터키, 인도네시아 등의 나라에서 불법주류 섭취를 통한 메탄올 중독이 발생했으며 피해자는 20~800명 사이로 사망률은 3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빠른 치료가 가장 중요
메탄올의 독성 효과는 메탄올이 대사작용을 거쳐 포름산이 되기 전까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몇 시간 동안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졸림과 떨림, 두통, 구토, 복통,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에는 혼수상태, 경련, 호흡정지까지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등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김안과병원 김응수 교수는 “시력장애의 경우 적극적인 치료를 조기에 시행하면 시력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며 “메탄올 중독 증상이 있을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 빠른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