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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3가 54~58번지.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로 나와 100여m쯤 걷다 보면 나오는 거리다. ○○정밀, △△금속, □□용접 등의 간판이 붙어 있는 걸로 봐서 공장지대가 틀림없다. 용접하는 불빛이 보이고 철판을 망치질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곳은 1960~70년대부터 기계·철강 산업의 중심부였던 공장 밀집지역이다. 하지만 도시개발과 수도권 공장 이전 정책 등에 의해 많은 곳들이 이사하고 이젠 그 수가 많이 줄었다. 대신 2000년대부터 젊은 예술가들이 이전해오면서 골목길의 색이 바뀌었다. 요즘엔 철강소보다는 문래동 예술창작촌 또는 문래동 벽화거리로 통한다.
지난 19일 이 거리에선 ‘올래 문래’ 투어가 열렸다. 지난 4월부터 영등포구청과 지역작가들이 협력해서 시작한 전시와 공연관람 프로그램이다. 약 15명 내외의 참가자들은 골목길 구석구석을 돌며 지역예술가인 이소주 작가의 해설을 들었다. 2005년에 이곳으로 온 이 작가는 “문래 예술창작촌을 알리기 위해 매달 첫째·셋째 토요일에 가이드를 하고 있다. 대학생·어린이·사진동호회 등 많은 분들이 알음알음 찾아온다”며 “의외의 장소에서 색다른 시각의 작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이 작가가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공장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따뜻하지 않았다. 30년도 넘게 살아온 동네의 낯선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그러나 예술적 벽화와 조각 작품들이 차츰 공장지대의 삭막함을 보완하면서 인식이 바뀌었다. 한 철강공장 관계자는 “처음엔 일하는 곳에서 사진 찍는 관광객이 못마땅했지만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수십년간 해온 일들이 다시 평가받는 상황을 보고 느낀 바가 있다. 어떤 공장에선 아예 대문에 벽화를 의뢰하기도 했다더라”고 귀띔했다.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200여명의 작가들이 모여 있다. 공장이 셔터를 내리고 벽화가 온전히 드러나는 주말에는 수많은 관람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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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강서구 가양동 양천로 47번지는 정부가 주도해서 만든 색깔이 있는 골목길이다. 9호선 양천향교역 1번 출구에서 시작되는 이 길은 양천초등학교와 겸재정선기념관을 지나 궁산근린공원과 양천향교로 이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작년에 ‘마을미술 프로젝트’로 강서구와 함께 1억 5000만원을 들여서 조성한 걷고 싶은 거리다. 양천초등학교 담장에는 ‘서울풍경’이라는 입체 벽화, 양천향교 벽면에는 향교가는 아이들을 부조로 표현한 ‘향교종이 땡땡땡’ 등이 있다. 서울에서도 꽤나 구석진 곳인데 이 프로젝트 이후에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김진선 강서구청 문화체육과장은 “이 길을 따라 겸재정선기념관을 찾는 방문객이 많이 늘어났다”며 “무엇보다 달라진 건 그 길로 잘 다니지 않던 주민들이 부쩍 그 길을 이용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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