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없는 회사서 주인행세"…檢 포스코 비리 32명 사법처리

"주인없는 회사에 주인이 너무 많았다"
임원부터 실무진까지 만연한 비리
이병석 새누리 의원 수사와 공소유지 관건
  • 등록 2015-11-11 오전 11:00:35

    수정 2015-11-11 오전 11:00:35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포스코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이 11일 정준양(67) 전 회장과 정동화(64) 전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32명에 대한 사법처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검찰은 주인없는 회사에서 주인 행세를 하려는 사람이 너무 많았던 게 구조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이날 정 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배임과 배임수재, 뇌물공여 혐의를 각각 적용해 불구속기소했다. 범죄액은 특경가법 배임 1592억원, 배임수재 4억7200만원, 뇌물공여 12억원이다.

인수 필요 없는 회사 고가매입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2010년 3월 1592억원을 들여 포스코그룹 사업과 무관한 사업부문인 성진지오텍의 주식을 고가에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포스코는 경영난에 허덕이던 성진지오텍을 살리고자 2013년 7월 포스코 우량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과 끌여들여 합병을 시도해 두 회사의 동반 부실을 초래하기도 했다. 2014년까지 6000억원을 쏟아부은 성진지오텍은 끝내 10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그러나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은 포스코가 회사를 비싸게 사들인 덕에 289억여원의 시세차익을 거두는 동시에 5년간 경영권도 보장받았다. 전 전 회장은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경영에서 손을 뗐으나, 662억원을 추가로 횡령한 혐의가 드러나 지난 6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정 전 회장은 2010년 3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않았다.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중요사항은 누락되거나 허위로 보고됐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전략사업실장 전모씨를 통해 이같은 전권을 휘두른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 전 회장은 2006년부터 지난 5월까지 처사촌동서 유모씨를 협력업체인 코스틸의 사외이사로 심어주고 거래를 유지하는 대가로 4억7200만과 향응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밖에 정 전 회장은 이상득 전 의원의 측근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식으로 12억원의 이득을 취하게 한 혐의(뇌물공여)도 있다.

동양종합건설은 정 전 회장 체제에서 특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동양종건은 정 전 회장이 취임한 2010년 2월 이후 포스코그룹 해외 현장의 하도급 공사를 수주하며 매출이 2011년 1064억원, 2012년 907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598억과 비교해 두 배에 가까운 실적이다.

검찰은 이러한 거래가 정 전 회장과 배성로 동양종건 회장 간 유착관계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동양종건의 공사수주를 반대한 포스코 직원은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동양종건이 포스코건설과 875억원의 공사계약을 맺은 것을 업무방해죄로 보고 배성로(60) 동양종건 회장을 기소했다. 이밖에 배 회장은 사기대출 180억원, 특경가법 배임 83억원, 특경가법 횡령 41억원 등의 혐의도 있다.

임원부터 일선직원까지 구조적인 병

검찰은 이날 정 전 부회장을 특경가법 횡령 배임수재, 입찰방해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정 전 부회장은 재임 당시 회사를 이권을 주고받을 창구로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정권 실세의 지인을 회사의 임원으로 취직시켜주는 대가로 2012년 8월 정부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또 경제계 거물과 접촉을 위해 브로커 장모씨에게 베트남 공사 수주를 허가해주는 대가로 처남에게 1억8500만원을 끌어다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면서 협력업체에서는 수십 차례의 골프접대를 받고 현금과 금두꺼비 등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이밖에 정 전 부회장은 베트남 사업단장과 짜고 395만달러를, 공사대금 부풀리는 방식으로 10억원을 각각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포스코그룹의 비리는 회사 수뇌뿐 아니라 일선의 직원들 사이에서도 뿌리깊게 자리잡은 구조적인 병폐로 드러났다. 검찰은 협력업체에서 거액의 현금을 받고 특혜를 약속한 회사 전현직 임직원 7명과 협력업체 관계자 4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이 주고받은 돈 가운데 실체가 드러난 것만 60억원이다.

정 전 회장의 취임 전후로 방만 경영이 이뤄져 포스코 계열사는 32개에서 67개로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7조1739억원(2008년)에서 2조9961억원(2013년)으로 급감했다. 그 사이 부채는 20조원이 늘었고, 신용등급을 하락했다.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가 민영화된 이후 정치권에 취약한 지배구조를 갖게 됐다”며 “주인없는 포스코에 주인이 너무 많아서 발생한 구조적 비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포스코가 국민기업으로 거듭나서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검찰은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의 비리의혹을 파헤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또 정 전 회장 등 포스코 비리 관련자의 재판에서 유죄선고를 위한 공소유지에 힘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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