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금융시장에 심각한 파장을 일으켰던 리보(LIBOR·런던은행간 금리) 조작 사태가 채 봉합되기도 전에 다시 한번 대형사고가 터질 조짐이다. 리보 스캔들에 휘말린 주요 은행 3곳은 총 26억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지불한 바 있다.
이번 의혹은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처음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외환 트레이더들이 고객의 거래 정보를 파악해 환율을 조작하고 이익을 챙겨왔다며 심지어 이같은 사태는 최소 10년 이상 벌어졌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각국의 시장 감독당국들도 이번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영국이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외환시장 주요 참가자인 씨티그룹과 도이체방크를 포함해 몇몇 은행들을 대상으로 외환 거래 관련 정보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등 예비조사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식통을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WM/로이터 환율 시스템은 지난 1994년 도입됐다. 이 환율은 연기금 등 펀드매니저들이 활용하는 것은 물론 FTSE 및 MSCI 지수 등 핵심 증시지표에도 반영되는 등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렇게 조작된 환율은 시장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작은 거래라도 시장의 큰 거래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한 전직 외환딜러는 “경험에 비춰봤을 때 환율이 결정되기 직전에 조작과 관련한 거래가 이뤄진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조작 의혹이 밝혀진다고 해도 적절한 규제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행법상 환율이 금융상품으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환율 조작에 가담한 트레이더들을 기소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은행간 무담보 차입금리 정보를 수집해 결정하는 리보금리는 실제 거래가 반영되지 않아 조작 가능성이 큰 반면 환율은 기록되는 실제 거래를 바탕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조작으로 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견해도 있다.